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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Aug 01. 2024

장마철 부산 여행기

어항 속 물고기처럼..

가히 이젠 부산 전문가라고 칭할 수 있다. 

대학교 첫여름방학을 맞이한 나는 이번에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사실 여행의 정의를 보면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것인데, 쉽게 말해서 친구들이랑 재밌는 시간을 보내려고 계획했다. 


나의 과거 글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난 이미 부산에 갈 곳은 다 갔다 왔다. 자그마치 일주일 동안 혼자 돌아다니면서. 어디 가야 될지 고민이신 분들은 나의 홀로 부산 여행기를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딱히 개척할만한 새로운 곳이 없었다. 물론 나도 처음인 곳을 가보면 더 재밌을 수도 있겠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여행지의 새로움 말고도 나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친구들의 니즈에 맞춰서 목적지들을 설정하려 했다. 


그렇게 선정된 첫 번째 목적지는 부산 200원 떡볶이... 귀여울정도로 하찮다. 그래도 부산에 가본 경험이 거의 없는 친구들이 가보고 싶다고 해서 나도 동의했다. 

오송역 출발~!

다 같이 오송역에서 ktx를 타고 구포역으로 향했다. 우선 가기 전부터 기대한 게 있었다. 총인원이 3명이었기 때문에 마주 보고 가는 4자리에 예매를 했다. 그래서 남은 한자리에는 아무도 안 앉을 거라 예상했지만.. 예매가 된걸 전날 확인했다. 미지의 인물에 대한 기대가 탑승 전까지 커져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남성분이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주무셨다. 


그렇게 구포역에 도착해서, 외할머니댁으로 짐을 두러 향했다. 항상 부산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외할머니께 신세를 많이 진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총 2박 3일 여행 중 하루만 묵고, 마지막 날 밤은 호텔을 잡아서 자유롭게 놀 생각이었다. 


7월 말에 다녀온 여행이었고, 당시 완전 장마철이었기 때문에 바다 근처인 부산의 날씨는 습고 더움 그 자체였다. 200원 떡볶이 집으로 향하는 길이 그리 멀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지하철 역을 한 두 번 정도 환승해 주고 30여 분 만에 도착했다. 

내 인생 첫 피카추 돈가스... 맛은 그다지..

사실 뭐가 200원이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잘 맛볼 수 없는 그런 노포감성의 두꺼운 떡볶이 맛이라서 만족한 편이었다. 그리곤 꽤나 즉흥적인 선택으로 해운대로 향했다. 


해운대는 첫날 계획에 없었던 장소였다. 사실 계획은 완벽하지 못했다. 장마철이었기 때문에 그날 날씨에 따라서 갈 수 있는 곳들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첫날 200원 떡볶이를 먹고 무계획 상태였다. 그냥 즉흥적으로 정할 생각이었다. 


계획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이런 그때그때 정해서 움직이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다. 


2일 차 숙소가 해운대 근처라서 최대한 해운대는 배제하려고 해 봤지만, 딱히 친구들은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서 그냥 날씨 좋을 때 가기로 했다. 더운 날씨에 모두 지쳐갔지만 고맙게도 아무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근처 커피숍에서 각자 음료를 하나씩 사서, 해운대로 1시간 정도 이동했다.

하늘이 내려주신 좋은 날씨의 해운대

 

해변의 중앙부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날씨는 최고였고, 해변은 사람들로 붐볐다. 수영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었지만, 셋 다 외출복으로 입은 상태라서 수영을 하기에는 뒤처리가 감당불가였다. 그래서 열심히 사진을 서로 찍어주고, 근처에 있는 청사포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이것 또한 완전 즉흥적으로. 지금 돌아보면 딱히 무언가를 한 건 없지만, 어느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이게 여행의 묘미인가 보다. 


청사포 정거장에서는 산책길을 따라서 쭉 해운대로 다시 걸어왔다. 걸어오는 길이 그리 짧지 않아서 모두가 지치긴 했지만, 저녁을 맛있게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끝까지 이동했다. 정말 더운 날씨에 수고가 많았다. 


지하철을 타고 또 1시간 정도를 이동해서 고깃집에 도착했다. 역시나 맛집답게 웨이팅이 있었다. 내가 웨이팅을 할 동안 친구들은 과일가게에 다녀온다고 했다. 할머니께 드릴 과일을 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과일가게는 일찍 영업을 종료했고... 근처 홈플러스를 저녁 먹고 가기로 했다. 


약 20분 정도 웨이팅을 해주고, 14인분 정도를 셋이 먹어주었다. 역시나 맛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가본 식당이었기 때문에 검증이 됐고, 이번 부산 여행은 대부분 내가 한 번씩 가본 곳들을 많이 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만족도는 다 보장이 됐던 것 같다. 

신기한 녀석

그리곤 홈플러스로 수박을 사러 갔다. 수박도 요즘은 AI가 골라준다고 한다... 참 놀라운 시대의 변화다. 그렇게 할머니집에 오후 10시쯤 도착했다. 비록 한 방에서 세 명이 잤기 때문에 그리 잠자리가 편하진 않았지만, 자기 전까지 신나게 떠들었다. 


관계라는 게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참 끝까지 유지하고 싶은 연이라고 실감한 하루였다. 

거기에 더해서, 여행의 순기능을 발현시키기 위해선 쾌락과 행복을 느낄 뿐 아니라 여러 감정. 희로애락이 다 녹아들어 있어야 진짜 여행인 것 같았다. 그러니 사람들이 경험과 여행을 빗대어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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