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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Apr 30. 2023

수상한 풀은 피해야 한다.

2012년 크리스마스이브.

우리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밤늦게 호치민시티에 당도했다.

비나썬 택시를 타라는 파워블로거 친구의 조언이 있었지만, 우리는 택시 회사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아무 택시나 잡아타게 되었는데, 베트남의 첫 이미지를 이렇게 기억한다.


폭주택시

그날 잡아탄 사설택시가 우리를 숙소로 무사히 데려다 준 건 기적이었다. 공항으로부터, 숙소까지 가는 동안 중앙선을 넘나들며, 옆에 오토바이를 타고가는 사람들에게 바짝 붙어 경적을 울려대며, "이 친구들 코리아에서 왔다"고 흥에겨워 동네방네 소문내듯이 소리지르며 역주행도 서슴지 않고 달렸다. 그 때 계기판의 숫자가 120키로를 넘어가는 걸 얼핏 본 듯하다. 그 때 우리 4명은 얼어붙어 '이게 해외여행이구나!' 라는 걸 실감했다. 롤러코스터를 3배속으로 탄듯한 여정의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폭주택시 기사가 맞게 우릴 데려다 준건지 알 수 없던 어둠속에 어스러히 빛나는 간판이 너무나 무서웠던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이튿날, 베트남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어제의 어둠 속의 숙소와 달리 로컬느낌이 물씬 나는 거리의 분위기가 베트남에 온걸 실감나게했다.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베트남 현지식을 찾아 다녔고, 숙소 주인으로부터 한 로컬식당을 추천받았다.

식당에 도착해 쌀국수 4개를 주문하고 메뉴가 나왔으나, 베트남 스타일로 먹는 법을 몰랐기에 주위를 살펴보니 한 아저씨가 수상한 풀을 쌀국수에 산더미 처럼 쌓아서 먹는게 아닌가?

쌀국수와 수상한 풀


- 야, 쌀국수에 저 풀 넣어먹는건가보다.

라며, 4명의 쌀국수에 식탁 한편에 놓인 풀을 양껏 집어 4등분해서 넣었다. 쌀국수보다 더 많이. 그리고 식사를 시작하자마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

- 퉤퉤퉤

- 슈방 이거 뭐냐

- 비누맛나

- 덜어내 덜어내


그렇다.

그 풀은 고수였다.

우리는 모두 고수를 처음 보았고, 고수에 대한 지식도 없었으며, 가이드북에 고수에 대한 내용은 1도 없었다. 현지 베트남사람이 넣어먹기에 국밥에 소금, 다대기를 넣듯이 당연히 넣어 먹어야 하는 걸로 생각하고 넣어버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4명 중에 고수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기에, 이후 여행의 모든 음식에서 초록색 풀만 보면 넣지 말라고 손짓발짓을 해가며, 저항했다. 그 풀이 고수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베트남에서의 초록색이 싫었다.




베트남의 첫인상은 폭주택시 였으며,베트남에서 맞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고수였다. 베트남에서 싫은 색상은 초록색이며, 웃으며 다가오는 과일장수는 사기꾼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베트남 말로 고수 넣지 마세요가 뭔지 모른다.

단지 다른 동남아여행에서의 내공 향상으로 이제, 노 샹차이, 마이사이팍치 라고 외쳐댈 뿐.(대만어 태국어 영어의 복합적인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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