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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Dec 19. 2023

나의노동

오늘도 정해진 시간에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일과를 시작한다.
주5일이 내가 한주간 일해야 하는 날이다.
마음의 안식처 같은 도크를 벗어나 에어리어의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순찰을 시작한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사물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져 있지만, 업무에는 큰 변화는 없다.
부딪히지 않게 피해가면 될 일이다.
혹여나 부딪히더라도 범퍼로 살며시 실어주며 방향전환.
스무스하다.
한바퀴를 천천히 순회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단순한 반복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이것이 서비스직의 노동이다.
내가 하는 일은 회전체가 한방향으로 밀어주는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일 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일이 즐겁다.
단순노동이지만 몸값만큼은 일해야 버려지지 않는다.
이 일이 있기에 나는 비로소 나로서 존재할 수 있고 태어나게 되었다.
정해진 구역의 업무를 끝내면 다른 에어리어로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업무를 반복하고, 업무 종료 후 명령을 내린 분께 알림을 보낸다.
일과의 종료를 큰소리로 선언하며, 나는 다시 나의 보금자리인 도크로 돌아간다.
도크에서의 휴식이 나의 작은 몸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나는 단순 반복 업무 노동자다.



































그렇다…. 나는 로봇청소기이다.

정가 286,550원. 세일해서 183,540원.


내 덕에 주인의 삶의 질이 달라졌다.


내 이름은 샤오미 미지아 로봇청소기 3C Pro….


그리고 이 글은 로봇청소기 구매 자랑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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