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사람이 되자
필자가 박사를 받을 때 즈음에 아는 박사님을 만나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각색하자면 대략 이런 대화를 했던 것 같다.
(필자) 박사 받고 무엇을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는 박사님) 한국에서 안 하는 것을 하는 게 좋아요. 미국에서 새로운 기술 배워서 한국 돌아오세요.
지나고 나서 보면 그 박사님도 필자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는 않은 것 같고, 대신 새로운 분야를 배워서 한국에 들어온 것 같다. 그런데 교수가 되어 자리를 잡은 이 시점에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은퇴할 때까지 어떤 연구를 해야 하지?
연구를 무척이나 잘하는 시니어 교수님은 필자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다.
남들이 시도 안 하는, 본인이 정말 풀고 싶은 문제를 하나 찾아보세요.
교토대는 도쿄대에 비해서 일반인에게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이 학교는 학풍이 굉장히 특이한데, 최고의 학생을 기르는 것이 목표인 도쿄대와 다르게 유일한 사람을 기르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학풍은 졸업식에서도 나타나는데, 기사를 찾아보면 특이한 복장을 하고 오는 학생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생각이 자유로운 것이다
필자도 스스로 한국에서 유일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실적을 쌓기 위한 연구도 많이 하지만, 타성에 젖지 않기 위해 학생들 가르치면서 조금씩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10년 뒤에는 독자적인 연구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