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을 둘러싼 상반된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견해 1. 중국은 과소평가되었다
이미 중국은 실물경제 기준 세계 1위다. 금융권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가상의 부를 제외하면, 중국의 경제는 미국의 그것을 2008년에 추월했다. 이후 그 격차는 더욱 벌어져 중국의 생산력은 세계 2~7위를 합친 것에 맞먹을 만큼 커졌다. 우리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물질세계에서 초강대국 역할을 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미국의 기술 우위가 건재한 분야가 존재하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제품으로 전환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진정한 혁신은 연구소가 아닌 공장에서 완성되는 법이다. 끊임없는 현장 테스트를 통해 중국의 기술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통신, 모빌리티, 인프라, 로봇, 친환경에너지 등 첨단 미래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 앞서고 있는 AI, 반도체, 항공우주도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미국과 그 우방들은 중국의 질주를 늦추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전 세계 모든 산업에 깊게 침투해 있으며, 이를 잘라내는 것은 많은 돈과 시간이 들고 그 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를 놓고 풀기 힘든 정치적 논란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견해 2. 중국은 과대평가되었다
중국은 이미 그 정점을 찍었고 앞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중국의 경이로운 인프라와 압도적인 생산량은 건전한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정치적 필요로 인해 만들어낸 거품일 뿐이다. 그 누구도 과잉공급을 영원히 지속할 순 없다. 이미 지방정부의 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중국의 위기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고령화사회 진입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그동안 중국 성장을 견인해 온 한 축이었던 해외투자도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지정학적 갈등과 국수주의를 피해 중국을 떠나고 있다.
미국은 언제나 적을 필요로 해왔다. 그리고 그 타겟이 이번엔 베이징이 되었을 뿐이다.
중국은 과대평가된 걸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아마도 흑백논리로 기다 아니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난 20년간 극단적인 두 주장, 중국붕괴론과 중국의 세기론이 병립해 왔지만 어느 쪽이 맞는지 결론이 나려면 아직 멀어 보인다, 어쩌면 앞으로 1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고민해봐야 할, 하지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중국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다른 세력들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걸까? 중국이 약해지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나아질까? 어쩌면 두 견해 모두 소수 10%의 관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