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명호 Mar 31. 2023

불안감과 불확실성

양극화와 사회적 이동성

행복은 물질적 또는 외부 조건과 더불어 마음가짐에 따라 변합니다. 물질적 조건이 풍족해도 마음이 불편하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물질적으로 결핍이 있어도 마음이 편하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긍정적 감정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므로 상대방과의 소통, 공감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실수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본능적인 몸짓이라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한 사람은 당혹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마음 챙김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긍정적 감정은 키우고 부정적 감정은 해소하는 행위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고립된 삶을 살았습니다. 직장 다니는 사람은 그래도 완전 고립상태는 아니었지만, 직장인이 아닌 사람 그중에서도 학생의 고립감은 훨씬 컸다고 합니다. 최근 갤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미국의 대학생은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코로나와 자가격리 등이 사라졌지만 미국 학생의 40%가량은 감정적인 스트레스(emotional stress)를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가 겪는 어려움은 한국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20대와 30대의 절반가량이 번아웃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번아웃은 단순 피로가 아닌 세계보건기구(WHO)도 인정한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 합니다.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현 상황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역시 크게 작용해 보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므로 부정적 감정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과거야 돌이킬 수 없다지만 아무도 경험해 보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야 할까요?      

오늘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누리지 못했던 혜택도 적지 않지만 반대로 젊은 세대만이 처음으로 느끼는 부담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처음으로 겪고 잇는 부담 두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한편으로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노동시장에서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한국 사람은 좁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무한 노출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입시에 따른 부담은 과거나 지금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 세대는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많고 일자리에 따른 차별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학력이 오늘날과 같이 자신의 삶에서 크게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오늘날 노동시장은 양극화되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생산성에서   이상의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므로 대부분 구직자는 대기업 정규직을 원하지만 문은 너무 좁습니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임금, 복리후생, 근로환경  사회적 인식에서 차이가 큽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동 확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 가능성은 2000 이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논란이 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GPT, 4 산업혁명  새로운 기술혁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뜩이나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거리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 사회적 지위 또는 임금 측면에서 기회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베이비부머(1946년에서 1965년 기간 태어난 세대)는 사회적 상향 이동성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전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베이비부머는 사회적 지위 또는 소득 측면에서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나은 조건에서 살았습니다. 전전 세대는 대부분 농촌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는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직업 분류 혹은 소득 기준 전전 세대에 비해 상당한 개선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선진국의 사회적 상향 이동 가능성은 베이비부머 다음 세대부터는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덴마크, 핀란드와 같이 일부 국가는 사회적 상향 이동성을 유지하지만 이들 국가는 예외적입니다. 한국 사회 역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해방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와 386 세대는 높은 사회적 이동성을 경험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사회적 상향 이동성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이동성이 고착되면서 젊은 세대는 자신의 지위 및 소득이 부모의 조건에 따라 정해짐을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세상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면서 한국 사회를 원망합니다.      

이같이 한국의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떠 앉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미래에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태에서 젊은 세대의 저출산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이는 미국 대공황 시기인 1930년대 중반 미국 가임여성의 출산율이 대공황 이전 대비 25%가량 감소한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경제학자는 이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깁니다. 경제학자는 알 수 없는 미래를 불확실성으로 설명합니다. 나이트 교수(Knight 1921)는 불확실성(uncertainty)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연구한 학자입니다. 그에 따르면 불확실성은 수량화 또는 모형화가 불가능한 상황을 뜻합니다. 불확실성과 대비되는 개념은 위험(risk)으로 이는 확률적으로 계산이 가능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불확실성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거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미래를 수량적으로 예측할 수 없을 때 나타납니다. 확률 계산이 가능한 위험 상황에서 개인이나 기업가는 확률적 계산을 통해 합리적 선택이 가능합니다. 반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케인스는 불확실성 개념을 토대로 새로운 경제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케인스 당시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파경제학에서는 시장의 정보가 완전하다는 가정하에 최적화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케인스는 현실 경제에서 완전정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인은 동물적 감성(animal spirit)이라 칭한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 의사를 결정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케인스는 불확실한 속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기업가의 상태에 따라 경기는 변동함을 간파했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을 때, 투자자는 신중해지고 현금을 보유하면서 경제활동은 위축됩니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낮을 때 기업가는 낙관적이 되어 투자를 늘려 경제성장을 견인합니다. 케인스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부 개입을 옹호했습니다.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의 시기에 정부의 시장 개입은 수요 촉진과 더불어 민간 투자를 유도하여 경기를 침체상태에서 끌어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같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하에서 정부 개입은 불안한 사람들의 행동을 낙관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부가 대규모로 댐을 건설한다는 발표는 전력 수요를 걱정해 사업을 망설이던 기업가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입니다. 또한 건설 현장 근처에는 새로운 사업기회가 만들어지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점차 해소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한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 해소는 정부의 개입을 통한 격차 완화가 일부 가능합니다. 생산성의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정부는 저생산성 부문인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경쟁에 노출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정부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을 과잉 보호함으로써 경쟁력 향상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저생산성 부문의 지원은 최소에 그치고 경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정책이 요구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이동성은 정부가 단기간에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회적 이동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선진국이 모두 공유하는 문제로 성급한 해결방안은 자칫 대중영합주의로 흘러 성장동력을 훼손시킬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이동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 시장경제의 근간인 경쟁 원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이동성 문제는 핀란드, 덴마크 등 선진국 경험을 잘 검토해서 성장잠재력과 양립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대안을 중장기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이같이 오늘날 젊은 세대는 상향이동 확률이 낮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떻든 간에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Frank Knight (1921) Risk, Uncertainty, and Profit, Houghton Mifflin Company     

작가의 이전글 행복과 마음 챙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