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섭 May 13. 2024

무원지수(無源之水)와  유원지수(有源之水)

한의학으로 본 상열하한 

한강 대교를 지나면서 내려다보는 한강은  어떤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습니다.

비록 강우량에 따라 늘거나 줄기는 해도 항상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지요.


하지만 사막이나 건천에 비가 내리면 노도처럼  홍수를 만들어 수해를 입히기도 할 정도로  지나치다가도

며칠만 비가 오지 않으면 바닥을 드러내  언제 물이 있었나 할 정도로  기복이 심합니다.


이는 끊임없는 순환의 유무에 달려 있습니다.  

물이 증발되어 응집되고 산맥에  뿌림으로써  강물을 이루는 끝없는 물의 순환 주기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순환 주기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기게 되면  근원이 없어지게 되어  물을 필요로 하는 생명들이 살기가 어렵게 됩니다.

 

인체도  그러합니다.


인체는 폐쇄 혈관계로  온몸을 혈액이 돌아 영양분과 산소 및 열을 공급해 주게 됩니다.

어떤 이유로 그것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결핍이나 과잉 증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족냉증, 흉번(가슴 답답함), 두통, 어지럼증, 요통, 생리통 등 거의 모든 증상들이 발현하게 됩니다.


그 원인을 알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도출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때그때마다  대응책을 강구하는

말 그대로 대증요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가령 머리 아프면 두통약, 요통에 찜질, 생리통에 진통제 등등과 같은 방법으로 급한 순간을 모면하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사막에 내리는 비가  종종  홍수를 유발하듯이  2차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런 인위적인 대처법은  지쳐있는 망아지를  회초리로 강제로  일으켜 일을 하게 하는 것과  같아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다음에는 더 심각해 짐은 불 보듯 뻔합니다.


원인 치료를 하지 않고  막연히 수면제나 변비약을 복용하면 처음에는  효과를 보다가 점차 둔감해져서 복용 량이 늘어나고  어느 순간부터는 약을 끊으면  심각한 금단증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에 빠지는 예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인체는  대자연의 흐름과 같아서 상체의 열이 아래로 흘러가고  하체의  냉기가 상부로 올라가면서  상부의 열은 식혀주고 하부의 냉기는 데움으로써  전체적으로 뜨겁지도  냉하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함이 정상입니다.


마치  대양이 태양빛으로 증발하여 위로  수분이 오르듯이 상승하고   식어진  수분이 비로 다시 하강하는  대자연의 순환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흔히들 말하는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는 증상이 생기는데  모든 병증의 원인이 됩니다.


자연계에서 비가 제때 안 오거나  일조량에  문제가 생기면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인체에서는 물의 역할을  음기(陰氣)라고 하는데, 밤 잠을 충분히 잠으로써 보충을 받습니다.

그런데  늦잠을 자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물의 역할을 하는 음기가 훼손되게 됩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  화(火)를 조장하는  약물(뜨거운 속성의 약재나  양약이나 영양제 같은 화학물)을  빈용하거나 장기 복용 하는 경우로   이때에도 음기가 핍박을 받아 부족해집니다.


음기가 부족하면 필연적으로 상열하한 증상이 생기게 되는데  인체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상체에  열이 과해지면 풍선처럼 부풀게 되고  가슴이 답답하며  열이 위로 치받으면서 뒷목이 뻣뻣해집니다.

반드시 눈이 피로한 증상이 오면서 머리가 맑지 않고 두통이나 어지럼, 이명 등 증상이  따르게 되지요


반면  배꼽 아랫쪽으로는 더욱 냉해져서  대변 불규칙(변비나 가스)  부인과 질환  요통 하지 냉증 등등을 호소하게 됩니다.


혈액순환과는 연관이 있으나  상부의 혈관은 열이 많은 부분이라 팽창되어 있고 하부나 사지 쪽은 냉기로 인해 수축되어 있어 아무리 심장의 박출이 좋아도  이 조건의 개선이 일어나지 못하면  상열하한 증상을 없애기 어렵습니다.


그런 결과로 상부는 계속 열(火)가 많은 상태로  하부는 냉(冷)이 많은 상태로  고착되면서 뭍한 문제점을 호소하는 것이지요.


치료법은  생활 습관을 바꾸면  가벼운 경우라면 저절로 자정작용으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이거나  음기의 훼손이 심한 경우라면  음기를 보충하는  한약처방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보충되는 음기가  상부의 열을 식혀주고  데워진 물(음기)이 하부로 내려와  냉기를  쫓아내는 원리입니다.


마치 자동차 냉각수가 부족한 경우를 유추해 보시면 이해가 쉬우리라 봅니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 점을 깊이 인식하여  자연의 순리를 쫓아 제때 자고 제때 생활하며  섭취한 만큼 소모하는 운동을 함으로써 그 조건을  유지한다면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 흐름인 유원지수(有源之水)를  잃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군자 불유경(君子 不由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