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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Nov 21. 2024

천연 기념물

감기에 콧물(분비물)의 작용

의료보험이 시행되기 전인 70~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겨울을 지척에 둔 지금쯤부터 콧물을 훌쩍거리기 시작하고  종종 누런 콧물이 들락날락하여  손등이나 옷소매로 훔쳐  옷소매는 누른 자국이 번들거리기도 했었습니다.


난방과 위생, 보온성이 좋은 의류가 부족한  그 당시에는 손톱에 때가 낀 꾀죄죄한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곤 했으며  병원 문턱이 높았던 시절이라 감히 치료할 엄두도 내지 못한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봄이 오면 너 나 할 것 없이 깨끗이 나아서  콧물을 질병이라기보다는 으레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게 되었지요.


왜냐하면 그것을 방치하였다고 해서 폐렴이나 중이염, 알레르기 비염 등을 만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며 당시에는 알레르기라는 병명도 일부 전문 의사들만이 들어본 적이 있는 생경한 단어였습니다.


지금은 알레르기란 단어가 감기라는 단어 못지않게 흔한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는데 그만큼 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거보다 위생적이며 영양분 섭취도 충분하고 의료 시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는데 왜 저런 질병이 폭증한 것일까요?


전쟁 시에 성벽을 높게 올리거나 참호를 단단히 하여 일정 거리 이상 적군이 침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콧물 같은 점액은 인체에서 유사한 작용을 가집니다.


술잔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점액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체내에 침입하는 데 있어 늪으로 작동합니다. 점액의 두터운 층은  침입자들로부터 인체 세포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적 거리를 제공합니다.


두텁고 끈적거리는 점액을 헤엄쳐(잠수하여) 세포에 도달하기 어려울뿐더러  점액 속에는 침입자를 못살게 하는 여러 성분들이 녹아 있어 제대로 살아 도착하기 어렵게 하고  또한 Ig-A 항체를 지니고 있어 강력한 면역 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점액의 장점 중 하나가 내 몸이 분비하는 위산처럼 강력한 화학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작용도 하는데

역으로 세균도 이 기능을 이용하여 위장에서 번식하거나 항생제를 무력하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처음엔 맑은 콧물을 흘리다 어느 순간부터 누렇게 짙어지는데  세균의 사체가 분해되면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는  전쟁이 끝나감을 의미하여 누런 콧물이 줄어들면서 코딱지가 되어 손가락의 희롱 거리가 되면서 그 주기를 끝내게 됩니다.


경제적, 지리적 여건으로 코감기를 치료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사실은 천연의 자정작용을 통하여 근본적인 감기 퇴출법이었음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의료 보험이 시행된 이후로는  길거리에 콧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기가 천연기념물처럼 어려워졌습니다.

행여라도 조짐이 보이면 유치원이나  다른 학부모가 연락을 해오고  병원에 가서 처치를 받지 않으면 눈치를 보게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치료법은 콧물에 대한 인식이 비호감이어서 무조건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 얘기하고, 방치했을 경우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전환되기 쉽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유일한 치료법은 이미 인체가 수 만년의 역사를 통해 체내에 기록되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애초에 극히 일부분의 예외를 빼고는 저절로 완벽하게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수단 중의 하나가 콧물인데  이를 거꾸로 해석하여 질병이라 단정함으로써  인체가 지닌 치료 행위를 강제로 속박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콧물의 숨겨진 그 막대한 효능을 모르고  콧물의 분비를 막는 치료를 하여 외견상 마치 코감기가 낫은 것처럼 착각을 유도하게 합니다.


이는 적군이 진격해 오는데  스스로 성벽을 허물고 참호를 개방함과 다름없은 심각한 이적수(利敵手)입니다. 적군의 입장에서는 쉽게 일차 방어선을 돌파하여 체내로 더 깊이 점거해 가기 시작하겠지요?


그것의 결과물이 축농증이라 불리는 부비동염, 알레르기 비염, 심하면 모세 기관지염이나 폐렴, 천식 등으로 악화시켜 버립니다.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 누런 콧물을 겨우내 달고 다녔지만 아무도 비염이나 알레르기로 문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웃에서는 항상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낸 것은 당연하지만요.


 잘못된 선택으로 만성 감기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덩달아 케어하기 위해 고생하는 젊은 부부들의 수고로움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조물주(자연)가 부여한 훌륭한 치료법을  단지 보기에 깨끗하지 않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  속박해버림의 대가가 `감기는 만병의 원인`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낳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콧물을 쓱 훔치고 동네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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