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동안의 문장 수집에서 발견한 것들 (1)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마치 예행연습을 하듯이 시작한 문장 수집 글쓰기가 있었다.
매일 마음에 닿는 한 문장을 쓰고, 그 문장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담아 짧은 글을 쓴다. 그리고 함께 문장 수집을 하는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에게 공유하며 서로의 생각 확장을 돕는다. 이렇게 100일이 쌓인다면,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속하고 있다.
어느새 33일 차 문장 수집을 하는 오늘, 브런치 첫 글로 지난 문장 수집의 흐름을 그려본다.
1~10일 차 :
나의 본질을 알아가는 시간
*주요 키워드 : #이야기 #감탄력 #깊이감
첫 열흘은 시작하는 에너지를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문장을 수집하는 시기였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문장들을 발견한 것 같으면 얼른 글을 쓰고 싶어 온몸이 분주했던 기억이 난다. 열흘의 기록 중 인상 깊었던 세 문장을 공유해 본다.
1)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내 안에서 이야기가 될 수 있게 기다렸어
트레바리 독서 모임 쉬는 시간에, 복도 한 편에 나란히 놓여있는 문장 쪽지를 발견했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의 존재가 오롯이 이해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이해하고, 또 표현하는 방식이 이와 같으니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말을 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나. 이야기가 되어야 한 마디 말을 세상에 얹을 수 있는 나. 그런 나에게 늘 양가감정이 있었다.
이 문장을 데리고 와, 남은 독서 모임 시간 동안 내 눈앞에 세워두고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그런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수용해주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다. 앞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결국 못한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이야기가 될 수 있게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하고 싶다고 읊조리면서.
내가 나 자신의 이야기를 잘 기다리며 들어줄 수 있을 때, 코칭을 하며 만나는 나의 고객들을 진심으로 기다리며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테니. 나에게 먼저 시간을 들여주자고 다짐하도록 도와준 문장이다.
2) 많이 감탄해라,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짠부님이 올려준 블루도어북스의 팻말을 보았다. 언제 방문하여도 마음이 놓이고 창조성이 가득해지는 쉼터인 블루도어북스에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느꼈다.
이맘 때는 나의 본질 키워드에 ‘감탄’이 빠질 수 없다는 것에 크게 동의하고 있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짠부님의 글을 보자마자, 문장이 내게 선물처럼 날아온 기분이 들었다. 세상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느끼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가는 것. 누군가는 익숙해져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을 새롭고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것. 사람과 사물에 감탄할수록 사랑은 자라고, 사랑할수록 이해가 자라기에… 감탄은 삶을 생생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귀한 태도가 된다.
'굳이' 그렇게까지 놀라야 하는지, '굳이' 그렇게까지 질문해야 하는지, '굳이' 그렇게까지 파고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섞인 질문들을 들었던 때는, 조금씩 나의 감탄력을 줄이며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만큼 나의 감탄력에 크게 놀라워하며 콕 집어 말해주는 이도 있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귀한 사람들은 누군가의 고유함을 지켜주고 드러내준다. '당신이 내게 보인다 (You're seen.)'고 일러준다.
덕분에 잃지 않고 지켜왔고, 발휘할 수 있었던 이 능력을 더 도움이 되는 곳에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내게 보인다고 '감탄하며' 말해주고 싶다.
3)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을 보시면
정말 좋아서 그걸 판 사람들이에요, '디깅.'
베스킨라빈스 31가지의 아이스크림이 있을 때, ‘나는... 이거 고를래...!’하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나라면 이거지.' 하는 아이스크림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것. 타인의 인정과 눈에 보이는 성과에 상관없이 이미 하고 있는 것. 그것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오래 디깅 하는 사람이 전문가가 된다는 송길영 작가의 말.
내가 너무 좋아해서 오래 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10년을 더 파도 괜찮다고 생각이 드는 분야는?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에 이어 호명사회를 쓴 그의 여정을 따라가며, 자신의 깊이감을 채워가고 키워드를 선점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스스로를 호명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깊은 샘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꾸준히 길어 올려줄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그런 나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어 더욱 인상 깊은 인터뷰였다. 내 안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 샘물을 위해 무엇을 해나가고 싶은가? 그 샘물이 어디로 흐르기를 바라는가? 아직은 '나는 이거지.'라고 대답하지 못하지만, 질문이 이어지는 덕분에 답을 찾아가고 있다.
꾸준히 길어 올리기 위해 오늘도 문장을 수집하고 글을 쓴다. 깊은 샘물은 고요하여,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크게 소리 내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작게 건드려보고 그 파동이 일으키며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다. 기록할 때야 비로소 어떤 속삭임이 들고 나는지 선명해진다.
첫 열흘 동안 나는 #이야기 #감탄력 #깊이감이 인상 깊은 사람이라는 발견이 있었다. 마침 '훌륭한 대화는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는 문장을 오늘 접하였는데, 내가 함께 공명하고 싶은 훌륭한 대화란 개인의 고유한 이야기에, 감탄하고 사랑하며, 깊이 있는 연결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고 소중한 속삭임과 같은 발견들이 모이고 모여, 곧 큰 외침이 될 것만 같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