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깜짝 소식
https://youtu.be/-o2w3MahrEI?si=byh58ARBvN3zXOhR
사생결단으로 준비했던 취준과 두 번의 취업, 폭풍 같았던 시간이 흘러가고 2월 말, 현재의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면접날 회사로 가는 길 살을 에는 추위가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얼굴을 절로 찌푸리게 되는 여름조차 살짝 풀이 꺾였다. 그리고 나 또한 회사에 들어간 지 반년을 넘기며, 신입사원 티를 조금... 도 벗지 못했다(!) 오히려 입사 당시 호기롭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거대한 바닷속 플랑크톤 정도의 레벨로 내려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전 글로부터 6개월이나 지났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긴 텀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신입사원이다 보니 적응하느라 꽤 시간이 걸려버린 것 같다. 혹시 글을 기다리고 계셨던 분이 있다면, 감사와 양해를 구한다. 뭔가 별일 없던 것 같지만 막상 6개월 치 이야기를 풀어내려다 보니 오늘도 분량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열심히 써볼 테니 잘 따라와 주시라! (깜짝 소식도 있다)
수많은 역경을 딛고 입사한 현재의 회사. 전 회사도 좋은 곳이었지만 동기 형이 말한 대로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탄탄한 시니어진, 또래 나이대의 사원들과 교육 동기들, 규모는 크지 않아도 업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안정적인 기업이다. 사장님의 오너마인드도 너무 좋고, 커리어적으로 봤을 때도 이만한 선택이 있을까 싶다. 3월 달에는 1박 2일로 워크샵도 너무나 즐겁게 다녀왔고, 어쨌든 분위기 좋은 회사다!
나의 하루를 요약해 보자면, 우선 6시 40분에 눈을 뜬다. 두유 한 팩과 함께 유산균, 비타민 등 영양제를 섭취하고 후다닥 나갈 준비를 한다. 7시 10분쯤 아내와 고양이를 뒤로하고 출근길에 오른다. 우리 회사는 그 유명한 '성수'에 있는데, 집에서 1시간 반 거리다. 게다가 교통수단은 4호선과 2호선! 수많은 인파 속에서 고독을 느끼며 사색에 잠ㄱ... 틈도 없이 철저하게 진공포장급으로 압축당하며 눈물의 출근을 한다. 그래도 2호선은 중간에 사람이 많이 빠져서 앉을 수도 있어 나름 할 만하다. 나는 출근 시간을 활용해 방통대 강의도 듣고, 책도 읽고, 게임 등의 취미 생활을 즐겨가며 알차게 출근을 한다. 그리고 출근을 하면 프로그램 개발, 외부 인력과의 소통, 서류 작성 등을 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6시, 또다시 1시간 반 정도의 퇴근길에 오르는데, 내용은 비슷하다. 집에서 역까지, 성수역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각 15분 정도 걸리니 거의 하루에 1시간은 걷게 된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면, 아내와 함께 밥을 먹고 하루 동안 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든 후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고, 휴식 혹은 매거진 글 작성, 아니면 운동도 하거나 후술 하겠지만 작업(?)도 한다. 그리고 매번 7시간 반의 취침 시간을 지키려 11시 10분에 잠드려 하지만... 위에 일들을 다 해내기엔 시간이 늘 모자라다. (오늘도 아슬아슬하다)
전 회사에서 이미 직장 생활을 시작하긴 했다만, 이 정도 기간 동안 회사에 소속돼서 일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도 많이 됐었다. 그래도 6개월이 지난 지금, 지각도 한 번도 안 하고 잘 다니고 있는 거 보면 어떻게 잘 적응한 듯하다. 회사 생활은 내게 의미가 조금 남다른데, 음악 생활과 대비되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을 하던 때와 달리 '일하는 만큼... 아니 그것보다 돈을 더 준다고?' 싶은 마음이랄까. 회사에 일이 많던지 적던지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면 꾸준히 월급이 들어온다는 점, 때로는 업무적으로 타인에게 기대도 된다는 점, 좀 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점이 특히 다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일명 '일태기'가 온다고들 하는데, 일단 지금은 음악 하던 시절에 비하면 그저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다. 좋은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나와 우리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그런데, 그런 회사에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은 사건이 생겼으니...
입사 초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열심히 들었던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우리 쪽 업계는 보통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게 되는데, 여러 프로젝트를 돌아가며 동시에 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 프로젝트에만 몇 개월 혹은 연 단위로 투입되기도 한다. 나는 그중 원격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게 되었는데, 원격이니 집에서 일을 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런 건 없고 그냥 본사에서 서버에 접속을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 쪽에서는 나와 40대 여성 부장님 둘이 투입되게 되었는데, 부장님은 연차가 20년 가까이 되는 베테랑이신 데다 회사 내 에이스 중 한 분이라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임하게 되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우선은 단순한 작업부터 하나씩 업무를 받아가며 일을 하게 됐는데, 처음엔 너무나도 간단한 업무에 '이렇게 쉽게 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부장님은 지금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 말고도 유지보수 하시는 프로젝트가 많아서 적극적으로 신경을 써주지 못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하나둘씩 쌓여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프로젝트가 심화되고, 점점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몇 개의 프로세스를 테스트하고, 각각 프로세스들의 문제와 개선사항을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했으며, 그 과정을 꼼꼼히 서류에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을 듣긴 했지만 내가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은 계속 쌓여가고 무언가 테스트는 진행되는데, 어떤 테스트를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애당초 이게 무슨 테스트인지조차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게다가 몇 달 전 내가 간단하다며 얼기설기 수정했던 프로그램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프로그램들을 수정하랴, 서류를 작성하랴 하다 보니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실수가 발견될 정도로 프로젝트가 엉망이 되었다. 결국 부장님이 '제가 그냥 다 할 테니까 가만히 있어요'라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시게 되었고, 나는 분한 마음을 삼키며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그 다음 주 월요일, 부장님의 호출에 회의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략 10분 간 훈계를 듣게 되었는데, 요약하면 '개발 머리가 있는 건 알겠는데, 서류 작성에서 실수하는 건 그냥 정성의 차이다. 보고 있으면 그냥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였다. 민망했다. 하나의 서류 안에서 두 개 이상의 문서번호가 나오는 등, 내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실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자꾸 들어오는 일을 처리해야 하니 방향을 잃었던 것 같다. 부장님의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도 한몫했던 것 같고.... 그래도 덕분에 각성을 하게 되고, 이후로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정리되는 중이다. (요즘도 혼나긴 하지만)
프로젝트 기간은 부장님과의 호흡을 맞추는 기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회사'라는 곳의 업무 방식에 적응하는 기간이기도 한 것 같다. 어느새 서른이지만 제대로 된 직장생활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것이 너무나도 많다. 기본적인 프로세스, 업무 요령,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는 것, 그리고 팀워크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듯하다. 앞으로 10월부터는 또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되게 되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교훈 삼아 조금은 더 능숙하게 임하고 싶다!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되니 아주 큰 장점이 있다. '고정적인 시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일을 할 때는 그에 충실하면 되고, 퇴근을 하게 되면 퇴근 후의 삶에 충실하면 된다. 평소에 집에 도착하면 7시 반 정도인데, 밥도 먹고 정리도 하면 9시쯤 된다. 정해진 취침 시간은 11시 10분이고, 또 씻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반 남짓 되지만, 매일같이 이런 시간이 생기게 되니 장기적인 계획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까지! 그 시간 동안 어떤 일들을 하는지 소개해 볼까 한다.
1. 운동
내 글에서 간간이 등장하는 주제고,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소망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처음엔 '운동을 해야 해!' 란 마음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헬스장에도 가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 봤는데, 뭔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느낌이었다. 흔히들 '헬스장은 가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들 하지 않는가. 나도 마찬가지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과정이나, 이동하고, 씻고 마무리하고 하는 과정들이 처음에야 괜찮았지만 점점 발목을 잡게 되었다. 러닝도 처음에는 굉장히 재밌게 했지만 날씨 때문에, 건강 상태 때문에 한두 번씩 미루게 되니 다시 시작할 때마다 너무나도 고역이었다. 결국 내가 도달한 답은 '맨몸운동'이었다. 처음엔 진짜 간단하게 '푸시업 20개만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다. 그래서 진짜 '푸시업 20개'만 했다. 1분도 안 걸렸다. 다음주가 되니 뭔가 아쉬워 분량을 늘렸다. 그렇게 1~2주에 5개씩 푸시업 개수가 늘어나게 되고, 거기에 턱걸이, 복근 운동을 추가하게 되며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푸시업 70개, 턱걸이 16개, 복근 운동 3세트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조만간 개수를 또 한 번 올려볼 생각이다.
2. 공부
'학업엔 나이가 없다', '인간은 평생 배워야 한다' 등 공부에 대한 다양한 격언이 존재한다. 나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방통대를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벌써 2학기 째인데, 1학기 때는 수업이니 시험이니 정신없었지만 덕분에 요령이 생겨서 2학기는 잘 다니는 중이다. 아침 출근길에 강의를 2개 정도 보는데, 제일 정신이 또렷한 시간대에 봐서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이번 학기도 벌써 과제나 중간, 기말시험을 치를 생각에 아찔하긴 하지만, 저번 학기보다 높은 성적을 목표로 도전해 보는 거로!
3. 독서
대학 시절이나 음악을 할 때는 유독 책을 못 읽었는데, 사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소설을 정말 많이 봤고, 지금은 자기 계발 책을 많이 읽는다. 저번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책 중에서도 아들러 심리학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미움받을 용기 1,2 (그렇다, 2가 있다) 도 읽고 하며 업무나 삶에서 받은 힘든 부분들을 많이 달랠 수 있었다. 자기 계발... 책만 평생 읽고 싶진 않지만 아직은 좀 더 긴장의 끈을 유지하며 달려야 하기에, 당분간은 더 많은 자기 계발 서적을 탐닉할 듯하다.
4. 글쓰기
블로그는 유감스럽게도 6개월이나 밀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쓰기를 쉬지는 않고 있었다. 여전히 힙합 매거진에 글을 투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몇 개씩 글을 투고하고 있는데, 얼마 전엔 1주년을 맞이하기도 했고, 내가 리뷰를 작성했던 아티스트에게 샤라웃을 받기도 하는 등, 나름 만족스러운 에디터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국내/외 힙합, 알앤비 최신 소식을 접하고 싶다면, HOM 많관부! (https://khlhomofficial.wixsite.com/hausofmatters/home)
5. 사진
처음엔 그냥 풍경이 예쁘거나 블로그에 올릴 용도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주요한 취미이자 습관이 되어버렸다. 음악을 하던 당시 뮤직비디오 로케이션 탐사를 많이 했는데, 그때 이후로 뭔가 그쪽으로 시야(?)가 트인 것 같다. 이제는 예쁜 풍경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나름 재능이 있는 걸지도? 나름 고민은 이번에 6개월 만에 글을 올리는 바람에 사진이 엄청 쌓였다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활용하지? 하나둘씩 보석함에 넣어놨다 꺼내 써야 되나? 조만간 한 번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 쓰고 나니 정말 많다... 게다가 얘기한 취미들 사이에 게임, 드라마, 영화, 만화 시청 등도 함께 즐기며 도파민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대망의 깜짝 놀랄만한 큰 소식이 있으니... (아기는 아직 아닙니다...)
내 삶을 몇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이전 글들에서 많이 얘기했지만, 초등학교 때 독창대회를 나간 후로 음악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아내와 나를 이어준 것도 바로 음악이고, 비록 결혼과 취업을 위해 2년여간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듣고, 그에 대한 감상을 글로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5월,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악, 그냥 한 번 만들어볼까?' 그렇게 무작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잠깐 시간을 들여 노래를 만들어봤다. 몇 년 만에 만든 거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전에 쓰던 단축키조차 하나도 까먹지 않았고, 요령껏 찍은 비트는 꽤 괜찮게 들렸다.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어느새 퇴근 후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게 되었다.
나름 같은 팀으로 활동했던 동생의 작업실로 가서 노래도 들려주고, 혼자 이것저것 시도해 보던 차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전에 같이 작업한 적이 있는 친구였다. 음악을 다시 한다는 소식을 듣더니 다시 나를 찾아주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또 다른 고객도 끌고 와줬다! 덕분에 친구, 팀 동생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열심히 곡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별개로, 내 음악도 다시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하루 종일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속도는 더디지만, 그래도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니까 열심히 뭐든 하면 되지 않을까? 좋은 소식 들려드릴 테니 채널 고정!
내가 정신없이 신입사원 적응기를 찍고 있을 때, 아내는 아내대로 새로운 삶에 대한 적응기를 갖고 있다. 작년에 퇴사한 후 아내는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데, 너무 여러 분야에 재능이 많은 탓에(?) 한 직업을 택하지 못하고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것저것 체험해 보며 도착한 곳은 '사진', 정확하게는 '아트 디렉터'다. 대학 시절 동기의 졸업 무대 연출에 참여하면서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스냅 포토 작가로도 활동도 하고, 주변에 사진 일을 하시는 분들과 연이 닿아 열심히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집에 도착하면 아내가 없다. 아내는 9시 반까지 웨딩 사진 업체에 출근해서 5시까지 보정 업무를 하고, 7시부터는 사진 강의를 듣고 있다. 수업을 다 듣고 집에 오면 벌써 10시 40~50분 정도가 되어 있다. 거기다가, 운 좋게도 여러 사람들이 불러주시는 덕에 이런저런 촬영에 참여하기도 하며 열심히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이유는,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준비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자녀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책임,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 열심히 일해서 일을 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이 끝나고 나면 매일 지쳐서 잠드는 아내에 대한 안타까움만큼, 얼른 자리를 잡아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올해는 좋은 일만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몇몇 힘든 일도 있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노력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일도 있다. 뭐... 글로 굳이 남기고 싶진 않으니 넘어가고. 최근 들어서 있었던 건강 이슈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올 상반기, 건강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이슈가 있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장 건강이다. 나는 원래 과민성 대장염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생 때 명절에 상한 음식을 먹은 후부터 쭉 아팠는데, 햇수로만 10년이 넘어가서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증상이 악화됐다. 생활 자체는 규칙적이긴 하지만 수면 시간도 부족했고, 긴장하고 있던 탓에 계속 배가 아파왔다. 원래는 며칠만 지나도 괜찮아졌는데, 이번엔 몇 주 정도를 끌고 가며 심신을 지치게 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출근길이 두려울 정도였다. 결국 아내에게 상황을 얘기하고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내시경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내시경 자체는 무섭거나 힘든 일이 아니다. 수면 마취로 진행되고, 그냥 눈 감았다 뜨면 좀 헛소리(?)하는 것 외에는 별 문제도 없으니까. 내시경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건 '내시경 준비' 단계다. 며칠 전부터 식단도 강하게 제한하고, 검사 당일에는 장을 비워놓기 위해 약을 마셔야 하는데, 양도 너무나도 많고, 맛도 없다. 특히 나는 맛이 너무나도 역해서 구역질을 하며 겨우 약을 먹었고, 억지로 먹어서 몸이 고장 난 건지 귀가 잠시 동안 들리지 않기도 했다. 먹고 난 후의 과정은 생략하겠다... 하여튼 나는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가 검사를 마쳤다. 결과는 놀랍게도... 정상! 장은 깨끗했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이미 대장 내시경을 해봤는데, 그때도 장은 아주 깨끗했다. 장이 깨끗한 건 다행이었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식이요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병원에서 준 자료를 보니 LOW PODMAP이라고, 과민성 대장염을 가진 사람들이 섭취 혹은 섭취하면 안 되는 음식 리스트가 있었다. 꽤나 복잡한 식단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아내가 고맙게도 바쁜 시간을 쪼개 도시락을 준비해 줬다. 거기에 유산균도 섭취를 시작하니 병세는 빠르게 호전되었다. 음식을 마음대로 못 먹다 보니 새삼 얼마나 인생에서 음식이 주는 즐거움이 큰 지를 깨닫게 되었다. 요즘엔 실험을 하듯 이것저것 조금씩 먹어가며 테스트 중인데, 어렵긴 해도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될 것 같다...
두 번째 이슈는 바로 '관절'이다. 전에 무릎 통증과 걷기 훈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https://programmerhallucy.tistory.com/66 '다시 걷기' 문단) 달리기도 하면서 왼쪽이 괜찮아졌나 싶더니만 오른쪽 무릎이 말썽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휴가 때 빠지에 놀러 갔다 온 후부터 아팠던 것 같다. 놀 때는 재밌게 놀았지만 이젠 몸이 안 따라주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무릎도 말썽이었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갑자기 턱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원래 턱이 그렇게 좋진 않지만, 이런 통증이 느껴질 만한 곳도 아닌 거 같은데, 대체 왜 아플까? 치과에 찾아갔더니 수면 습관이 문제라고 몇십만 원짜리 마우스피스를 권했다. 그렇지만 비용도 비싸고, 내가 생각했을 땐 수면 습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유튜브를 뒤져본 결과, 답을 찾았으니... 원인은 턱이 아니라 '거북목'이었다. 음악 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다 보니 점점 유인원처럼 목이 튀어나오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거북목과 관련된 스트레칭을 며칠 해주니 놀랍게도 턱의 통증이 해결됐다. 인체의 신비... 일까?
건강이란 것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도 나름 열심히 관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샌가 자세가 무너지고, 자극적인 것들을 먹으며, 안 좋은 습관들을 쌓아가며 나 자신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젠 혼자가 아닌 만큼 더 열심히 관리를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미 군데군데 몸이 아프긴 하지만, 이 이상으로 더 많은 걸 잃기 전에, 건강 사수!
사실 요즘 팔에 있는 타투를 지우고 있다. 벌써 4회 차나 진행했다. 분명 타투를 새기던 당시에는 굳은 의지가 있었고, 아는 사람이 타투를 지운다고 했을 때도 '지울 거면 왜 한 거야?' 싶었는데, 막상 직장생활을 하고 평범(?)한 삶을 살게 되니 신경이 많이 쓰여서 지우게 됐다. 나도 타투가 주는 온갖 스테레오 타입들에 맞서 싸워가며 반항하듯 살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이제 나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대표하는 게 아닌, 회사의 일원으로서 살아간다. 거래처 입장에서는 타투가 있는 내 모습을 온전히 개인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이 회사는 왜 몸에다가 그림이나 그리는 사람을 쓰는 거야?'라고 한다면, 내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첫인상은 약 0.1초 만에 정해진다고 하는데, 그 첫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40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정도 효율이면... 그냥 지우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나는 과시보단 자기만족을 위해 한 것인데, 타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비싼 돈과 시간, 고통을 참아가며 지우는 거 아닐까? (근데 진짜 새길 때보다 비싸고, 아프고, 오래 걸린다...)
타투를 한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면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도 되지 않았을까? 몸에 새길 정도로 담아두고 싶은 신념이면, 차라리 어디 잘 보이는데 걸어놓는 게 더 낫거든. 아무튼, 지금 지우고 있는 타투의 메시지는, 가슴속에다가 다시 새겨보는 거로.
30살이다. 인생을 사계절로 친다면 봄은 지나간 것 같다. 아름답게 꽃을 피워낸 나의 삶은, 이제 하나둘 씩 열매를 맺어가며 기쁨을 준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라지만,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 함께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지금, 그 무엇도 큰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안락함에 취해 늘어지면 안 되겠지. 다시 시작한 음악도, 회사원으로서의 삶도, 가장으로서의 삶도 풍성히 채워져 가길.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한 것처럼 어제에 갇히지 말고, 미래에 괜히 불안해지도 말고, 그저 춤을 추듯 '오늘'을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