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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렉탄 Sep 10. 2023

공포의 균형 vs 악행의 보증수표

오펜하이머의 경고 

얼마전 요즘 핫한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았습니다.


과연 명작이더군요. 훌륭한 고증, 흡입력 있는 연출, 소리와 장면의 교차가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우리나라에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사건은 특별한 일입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해방의 축포라고 불렀을 정도로, 일제의 패망을 완벽하게 결정지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2차 대전 이후 여러나라가 참여하는 세계대전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를


핵무기가 만든 '공포의 균형'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핵무기는 공멸을 부를 위험이 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세계 대전이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 이죠.


특히나 일제의 지배를 받다 해방된 경험, 북핵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현실로 핵무기 찬성론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언젠가는 핵무기가 없는 지구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건 오펜하이머가 이미 70년도 훨씬 이전에 했던 '경고' 때문입니다. 




"실수를 바로잡는데 10년이나 걸린 사람이라면 대단한 사람이다."   -오펜하이머- 


1.해방의 축포 vs 억울한 원혼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날, 그곳에는 일본인들만 있던 것이 아닙니다.


수만 명의 조선인, 수 백명의 연합군 포로(미군, 영국군, 네덜란드군)들이 있었습니다.


운명의 그날, 아무것도 모른채 2만명의 조선인(추정치에 따라 다름 최대 4만)과 수백명의 연합군 포로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쟁과 관련없는 무고한 일본의 여성, 어린이, 민간인들도 큰 피해를 입어야 했습니다.


물론 이 상황의 1차적 책임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침략전을 일삼았던 일본 제국군에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대로 원폭투하가 없었으면 전쟁이 더 길어졌을 것이고, 더 무고한 사망자가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목숨을 잃은 다수의 사람들, 특히 억지로 끌려갔던 우리의 조상들은 억울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피폭 후유증으로 고생했던 수천명의 한국인들은 국내로 돌아와서도 평생을 시달려야 했습니다.


혹자의 말대로 핵무기를 해방을 부른 축포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기엔 너무 억울한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2.핵무기 없는 세계를 바라는 3가지 이유  



                    (사진=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출처=https://www.oppenheimer.co.kr/)


저는 3가지 이유로 언젠가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2.1 깨끗한 지구촌을 위해 


'브로큰 애로우'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미군에서 분실 핵무기를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강국은 수백번이 넘는 핵실험, 모의 핵투하 실험 등에서


바다 속에 이 브로큰 애로우들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분리 뇌관 방식으로 이 핵이 인류의 '물리적 시간'안에 터질 확률은 없지만, 왠지 찜짬하죠.


게다가 이런 핵실험 과정에서 자연이 방사능으로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편 2010년대 이후 잦아지는 한반도의 지진에 대해, 


몇몇 지질학자들은 10년대 이후 집중된 북한의 지하핵실험이 한반도 지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핵무기는 인류의 자연 환경에 불확실성을 주고 있습니다.


2.2 악행의 보증수표가 된 핵무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흘렀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무기와 물자는 지원하지만, 직접 개입해 러시아를 저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정치, 경제적 이유가 있지만 이 나라들을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는 러시아가 세계적인 핵보유국이기 때문입니다.


핵무기의 등장으로 세계대전은 사라졌지만, 핵을 가진 일부 강대국들이 행패를 부렸을 때 제지할 수 있는 방법도 사라졌습니다.


한편 비인간적인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은 독재를 유지하는데 핵무기가 필수적이란걸 알고 있죠.


이렇듯 핵무기가 잘못된 나라들의 손에 들어가면 악행의 보증수표가 됩니다.


술을 마신 사람의 손에 자동차가 들어가면 음주운전이 되듯, 잘못된 체제를 가진 나라들의 손에 핵무기가 있으면 지구촌이 고통을 받습니다.


3. 오펜하이머의 '경고'


저는 오펜하이머의 경고를 기억하고, 이것이 제가 핵무기 없는 지구를 주장하는 마지막 이유입니다.


오펜하이머는 어느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미래에는 작아진 핵무기를 든 사람이, 가방같은 것에 핵무기를 넣고 뉴욕 한복판에서 핵을 터트릴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한 것이죠.


이미 70여년도 더 전에 핵가방의 개념을 생각하고, 그게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겁니다.


실제로 1년에 수십조원의 예산을 쓰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눈에 불을켜고 세계의 정보기관들과 협조하면서 하는 중요한 과업이 핵테러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입니다.


핵무기가 존재하는한 지구는 늘 이런 공포를 안고 살아야합니다.


혹자는 노력해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인류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스승이기도 했던 닐스 보어 등이 주장했던 '핵무기의 국제적 통제/관리 시스템'은 처음엔 이상론으로 치부되었지만


결과적으로 IAEA(국제원자력위원회)와 , NPT(핵확산금지조약)로 이어졌습니다.


두 단체와 조약 모두 한계는 명확하지만, 현재 우라늄, 플루토늄, 핵설비를 비롯한 핵무기의 원료, 각종 장비들은 국제적인 감시하에 놓여있고,


그렇기에 오펜하이머가 경고했던 핵테러가 벌어지지 않는 것 입니다.


보통 오펜하이어의 명언으로 힌두교 경전의 문구를 이용한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를 꼽지만,


저는 그가 남긴 다른 명언이 인류에게 해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로시마에 최초의 원자폭탄이 떨어진지도 어느덧 78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인류에겐 아직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것이 10년이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핵무기라는 실수를 바로잡아야 우리가 후세에 건강한 지구촌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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