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피엔스적 Dec 07. 2023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 책부터

결코 쉽지 않은 아이의 시선은 여전히 좋은 글로 남아 있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가장 먼저 고민되는 건 ‘이 글이 어떻게 보일까’다. 이왕이면 잘 쓰는 거처럼, 기왕이면 있어 보이게,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하지만 정말 잘 썼다는 글을 보면 내가 쓰기 원했던 글과 다른 경우가 많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과 잘 썼다고 보여지는 글의 차이는 순수함이다. 글을 쓰겠다는 의도보다는 글을 쓰고 싶다는 동기가 더 드러나는 글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듣지만, 내 기준에 가장 글을 글답게 쓴 글은 피천득의 ‘인연’이다.     

무엇이 그렇게 많은 글을 쓰게 했을까. 아니, 무엇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무엇이 눈을 사로잡았을까. 그 순간에 어떻게 그런 감정을 떠올렸을까.


어느 것 하나 쉬이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글감으로 만드는 재주는 관심과 동기다. 이 세상에 그의 눈을 사로잡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정말 상투적이지만)아이 같은 시선이 가져다주는 감정과 생각은 찌들어버린 나로서는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매일 찾아오는 선선한 날씨가, 매년 찾아오는 오월의 하늘이 당신의 시선에서 글감이 될 수 있는가?


그럴싸하게 썼다는 글도 나중에 보면 지저분하다. 글이 길다. 이런저런 수식어가 붙어 있다. 지저분한 글들은 억지로 꾸며낸 듯한 글들이 많고, 내가 그 순간 느꼈던 감정보다는 그 감정을 꾸며서 보여주기 위한 글들이다.

     

구성이 완벽하다.

어쩌면 그만큼 생각과 감정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무언가를 바라봄에 있어 아이의 시선처럼 호기심이 담겨 있지 않다. 내 감정에 순수하지 못하다. ‘이건 이렇게 봐야 해’ 마치 정해놓은 듯하다. 그러다 보니 다시 글을 읽어 볼 땐 ‘이게 정말 내 감정일까?’ 되묻게 된다.


무엇을 글로 표현하느냐를 떠나,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를 본다면 인연 속 글들은 대단한 표현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꾸미지 않은 표현이 오히려 깊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쉬우면서도 쉽게 넘길 수 없는 글들이다. 아마 피천득은 글을 쉬이 써내려 갔으리라. 이렇게 한 문장도 쉽게 던지지 못하는 나와 다르게.


어찌 됐건 글을 쓰는 것으로 먹고살다 보니 글과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하는 얘기는 ‘쓰고 싶은 걸 써라’다. 글로 먹고 살 게 아니라면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나조차도 그렇게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미 남들 눈을 의식하는 게 익숙해진 글쓰기는 사실 매력이 떨어진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렇게 애달플 수 있을까. 아사코와의 세 번째 만남은 얼마나 마음을 복잡하게 했을까. 은전 한 닢에 대한 거지의 마음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피천득은 많은 수식을 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그 일을 털어놓는다. 그 담담함이 내 눈으로 읽고 머리로 떠올리고 가슴으로 이어지는 자극을 만들어 낸다.


무엇이 잘 쓴 글인가에 대한 정의는 다를 수 있다. 적어도 내 시선에는 내 가슴을 움찔거리게 만드는 글이 잘 쓴 글이다. 그건 대부분 그 사람의 경험이 녹아 있다. 경험에서 오는 감정이 진심스럽고 담백한 듯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글이 어떻게 보이느냐는 내 표현보다도, 내 삶이 더 크게 영향을 줄 때가 있다.

글로 밥을 먹고사는 나를 어설픈 글쟁이로 만든다. 

그렇기에 오히려 글을 전문적으로 쓰지 않은 사람들의 글이 내 마음을 더 울릴 때가 있다. 미움도, 즐거움도, 원망도, 그리움도 모든 감정이 녹아 있지만,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 낸 글을 볼 때면 난 아직도 많은 것을 느끼고, 좀 더 다듬어져야 할 사람이라는 걸 떠올리게 된다.      


내 글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의 세계는 이미 제한되기 시작한다.      


글을 쓰기 위한 경험보다는, 경험을 하다 보니 쓰게 된 글들이 더 재밌고 눈길을 끈다. 인연 속 글들은 그런 글들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는 책이다. 그처럼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기 전에 노트에 끄적인다면 분명 좋은 글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가끔 이 책을 들춰보길 바란다. 그러면 부담도, 생각도 놓고서 글에 빠져들 게 될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왜 고양이를 잡아야만 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