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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vn Apr 20. 2023

발리에서 한 달 살기

발리가 노마드들의 수도가 된 이유

본격 발리 영업글


발리에서는 팀원들과 함께 노마드 커뮤니티를 성장시키기 위한 여러 실험들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노마드 밋업을 꾸준히 열었는데, 그때 뵌 분들이 인연이 되어 발리에도 곧잘 놀러 오신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사는 곳을 갈아치우다시피 했던 내가 이곳에 세미 정착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한국에서도 점점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 이참에 공유해보려 한다.


주관적인 경험상, 노마딩 하기 좋은 도시는 다음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1. 원격 근무가 가능한 공간들: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카페 동네, 최소 하나 이상의 코워킹 스페이스

2.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유럽인은 포르투갈, 스페인, 미국인은 아래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로

3. 온화한 기후: 너무 덥거나 너무 추워질 때, 우기가 시작될 때 날씨 괜찮은 곳으로 다 떠남

4. 다양한 놀거리, 볼거리: 노마드들의 장기 거주 요인, 재미없으면 금방 나감

5. 영어 사용 가능: 현지어 모르는 상태로 밖에 나가도 기본 소통은 됨

6. 정치/사회/환경적 위협이 적음: 우크라이나, 터키, 조지아. 한때 트렌디했으나 지금은...


인도네시아 발리는 이 여섯 가지 체크리스트가 모두 확신의 V인 곳이다.  



1. 여기가 오피스인지 천국인지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예쁜 뷰의 카페와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정~~~~말 많다. 특히 짱구, 우붓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



코워킹스페이스의 경우 현재 B Work, Tropical Nomad가 가장 인기가 많고(= 포화 상태), 짱구, 우붓 포함 동남아 지역에 여러 지점을 둔 Outpost도 있다(우붓이 좀 더 인기 많음). 그 외 예술, 크리에이티브 작업 등에 포커싱된 컨셉형 코워킹 스페이스들(Kinship studio, Lighthouse, Genesis)도 있다. 최근에도 Setter 등 새로운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생기고 있다. 한 가지 단점은 노마드들이 하도 싸돌아다니고 독립적이다 보니, 회전율이 빠르고 깊은 유대를 맺기 어렵다. 대개 느슨하고 유연한 네트워크.



2.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요즘 물가가 살인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진 한국보다 저렴하다. 특히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 전쟁 전후 러시아인들의 대거 유입으로 시세가 미친 듯이 뛰었다. 짱구 지역 레스토랑/카페 가격대도 한국과 비슷해졌다. 물론 매번 저렴한 로컬 식당에 가면 3-4천 원으로도 한 끼 해결이 가능하다.


현재 짱구 근처 숙소는 40-50만 원 선에서 시작하는데, 예전 코로나 시기에는 이 돈이면 쓰리 베드룸 빌라 전체를 렌트할 수 있었단다. 그래도 한국 원룸과 비슷한 월세 가격으로 두 배 넘는 사이즈의 방과 킹 사이즈 침대, 거기에 방 청소 서비스와 게스트하우스 수영장까지 딸려오기 때문에 본전은 뽑는다.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처음 몇 번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다 친구들과 빌라를 렌트하거나 땅을 산다. 이렇게 외국 자본이 계속해서 들어와서 부동산 시장이 날개 돋친 듯 활발하다.



3.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


일 년 내내 날씨가 25-30도 안팎이고, 한국의 여름철보다 쾌청하다. 8월에 처음 발리에 왔는데 예상과 달리 한국보다 선선하고 찝찝하지 않아 놀랐던 기억이. 특히 건기에 보는 논 뷰, 정글뷰, 바다뷰는 그야말로 예술.


11월에서 3월 사이 정도가 보통 우기인데 이때는 스콜처럼 장대비가 하루에 한 번 이상 쏟아진다. 야외 활동이 불편해지긴 하지만 비가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이 시기에도 사람은 많다 바글바글.



4.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무엇을 좋아하든 그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무슨 풍경 볼래, 정글뷰? 바다뷰? 논밭뷰? 몽키 포레스트뷰? 어디 가고 싶어, 카페? 요가 스튜디오? 바다? 비치클럽? 힌두 사원? 뭐 할래, 휴식? 수영? 스노클링? 서핑? 다이빙? 하이킹? 음주가무? 볼거리, 놀거리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노마딩 하고 있는 인간들은 그 모습도 천지 차이다.


유형 1: 서핑 보드 매고 바이크 타는 히피들 (언제든 바다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있는 옷차림)

유형 2: 밤만 되면 어슬렁 거리는 클러버 (웬만한 비치클럽들 VIP 웨이트 리스트 맡아놓음)

유형 3: 요가, 명상, 수련, 브레스 워크에 미친 요기들 (주로 우붓에 출몰, 헐렁한 개량한복, 물구나무 장인)

유형 4: 아이들 손잡고 다니는 패밀리, 은퇴한 노부부 (세미냑, 꾸타, 아님 짱구 북쪽 해변가에 정착)



5. 영어 사용 가능


발리에서 노마드들이 모여있는 지역들은 거의 99퍼센트 외국인들만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지역 물가가 다른 지역의 3-4배는 되기 때문에 로컬 사람들은 보통 살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로컬들도 영어가 안되면 생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소통 다 된다.



6. 정치/사회/환경적 위협이 적음


가끔 옆 섬에서 화산이 폭발해 약한 지진이 느껴지거나, 오후 시간대 교통 체증이 심각한 것 말고는 큰 이슈는 없다. 발리 로컬들은 대부분 독실한 힌두교인지라 카르마를 믿는다(현생 죄 = 내생 개고생). 때문에 치안은 좋은 편이나 길이 좁고 바이크가 많아 도보 이동이 어렵다. 와서는 꼭 스쿠터를 배워야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상 한 달이 방문지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이다. 그보다 짧으면 다 경험하기 어렵고, 그보다 길면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일 경우) 지겨워진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도착비자(VoA) 발급 시 30일, 한 번 연장하면 최대 60일까지 머물 수 있다. 그렇게 한 두 달을 지낸 뒤, 다른 나라를 여행 갔다 지칠 즈음 또 팔랑팔랑 돌아와 발리에서 요양을 하는 루틴을 지속 중이다. 물론 역마살이 심각하게 낀 인간이라 이렇게 영업해 놓고 또 갑자기 어디로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하이브리드 근무, 재택근무 등 국내에서도 확실히 과거보단 근무 형태의 유연성이 훨씬 커진 듯하다. 노트북도 하나씩 다 있고, 일도 열심히 하고, 러시아워마다 힘겹게 출퇴근하는 한국 사람들인데, 왜 일은 천국에서 재밌고 편안하면 하게 안 되는 건가. 왜 일은 서로 피곤하다 쓰여있는 얼굴을 실물로 확인을 해야지만 일로 인정되는 건가. 노마드의 바이블 「나는 4시간만 일한다」를 쓴 팀 페리스도 책이 출간된 2007년 그 이전, 줌도, 슬랙도, 카카오톡도 없던 시절부터 원격 근무를 했다(그리고 엄청나게 성공했다).


발리에서 한 달 살기 - 마음에 들면 두 달 살기 - 를 해보고 싶다면, 노마드 커뮤니티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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