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수도라면 반드시 있는 이것
대부분의 노마드들은 성향이 지x 맞을 정도로 독립적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보통 이들이 노트북으로 일하기 위해 찾는 웬만한 코워킹 스페이스는 한 달 내에 절반 이상이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 상상해 보자면 - 매일 학급 친구 혹은 직장 동료 절반이 한 달이면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된다. 그 와중에 학교 혹은 오피스의 위치도 새로운 나라, 도시로 계속 이동한다. 혼돈의 카오스가 아닐 수가 없다. 그만큼 단발성으로 오고 가는 마이웨이 방랑자들이 많다는 말이다.
이들에 곁에 항상 존재하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인터넷뿐이다. 이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는 사실상 인터넷에서나 가능하다. 그러니 혼자 뽀짝뽀짝 잘 못 돌아다니는 사람,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사람은 성향상 노마드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도 사람(= 사회적 동물)이기에, 노마딩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이 되려면 물리적 환경에서도 이들을 환대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 요소들(식량, 깨끗한 물과 공기, 와이파이!!)이 충족되고 나면, 그다음으로 이들이 찾게 되는 것은 ‘커뮤니티’다.
발리나 리스본을 예로 들어보자면. 이 두 도시는 각각 동남아시아, 유럽에서 노마드 수도로 정평이 난 곳이다. 무엇이 이곳을 그리 특별한 곳으로 만들었을까?
아름다운 풍경? 재밌는 볼거리? 맛있는 음식? 비교적 저렴한 물가?
다 맞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런 요소들만으로 노마드들이 모였다 결론짓기엔, 이미 주변에 다른 괜찮은 도시들이 차고 넘친다. 유럽만 떠올려봐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 유명한 관광지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발리 같은 휴양지? 필리핀, 태국, 아니 당장 발리 옆 다른 인도네시아 섬들만 가봐도 솔직히 많다.
그럼 이들이 가진 노마드 수도로서 가진 특별한 매력이 뭘까? 바로 커뮤니티다. 항상 훌쩍 떠나버리는 이들을 언제든 다시 돌아오게끔 만드는 구심점이 되기 때문이다. 노마드들은 일반 여행객이나 익스팻과는 결이 다르다. 언제 어디서 일할지 주도적으로 결정해 여행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기 때문에, 휴가 일정에 묶여있는 사람, 현지에 일상이 묶여있는 사람과는 깊이 있는 교류가 어렵다.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 오아시스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유목민들이 비교적 많이, 길게 모여 '노마드 프렌들리'한 동네가 형성된 곳이다. 아무리 인터넷 잘 갖춰져 있어도 다른 유목민들이 없으면, 이들은 금세 뿔뿔이 흩어진다. 반대로 멤버십이 탄탄한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는 아무리 듣도 보도 못한 도시에 위치해도 입소문이 퍼진다.
여기서 한 가지 단서 조항이 붙는다. 회전율 높은 노마드 스페이스들이 살아남으려면 나가는 만큼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어 그 수요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일 년 내내 성수기인, 계절차, 기온차가 적은 지역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어쨌든 결국 노마드로 살아남기 위한 모든 솔루션은 커뮤니티에 있다.
노마드 커뮤니티로 가면 된다. 노마드리스트(Nomadlist)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1. 랭킹을 보고 관심 도시들을 추린다(뉴비라면 10-20위권 이내로 추천).
2. 후보 도시의 각 통계와 후기들을 비교해 본다.
3. 최종 선택한 도시의 Neighborhoods 탭으로 가서 노마드들이 추천한 지역의 숙소를 예약하면 끝.
노마드 커뮤니티로 가면 된다. 시험, 자격증, 공채 채용 같은 루트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종종 간과하는데, 해외 취업은 네트워킹이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으로밖에 못 만나는 노마드들은 말할 것도 없다. 거취도 불분명한 이들이 로컬 플랫폼에 구인공고를 낼까? 당연히 자기네 네트워크에서 구하는 걸 선호한다.
노마드가 되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은 최대한 많은 노마드 커뮤니티에 본인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노마드가 되는 테크트리, 리모트잡, 여행 팁, 해당 지역의 최신 근황 등 모든 정보가 그곳에 있다. 지인, 지인의 지인, 지인의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도 일할 기회, 투자할 기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 볼 기회들은 널려있다. 나를 포함해 내가 아는 노마드들의 팔 할 정도가 노마드 커뮤니티에서 일을 시작하거나 동료를 구했다.
노마드 프렌들리한 도시란 결국, 무작위적으로 방랑하던 노마드들에게 계속해서 눈도장이 찍혀 정착의 패턴이 생기는 곳들이다. 백날 천날 여행만 하는 게 좋아 보여도, 브루마블 무인도에 갇힌 로빈슨 크루소가 되지 않으려면 베이스가 필요하다. 아무리 멋져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이어도 나눠야지 가치가 있다.
어딜 가든 이방인이었던 유목민들이 제3의 땅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찾는 결말은 쨌든 멋있지 않나. 전 세계를 브루마블 한 후 스스로 결정한 나의 오피스, 나의 이웃, 나의 집. 돈 벌며 세계여행하는 삶이 꿈이라면, 주저 말고 이곳 커뮤니티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여긴 아직 기회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