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아리 May 16. 2024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한 과거의 나를 안아주자

내가 이겨내는 방법




5월 24일로 넘어가던 그 새벽에 소중한 이를 잃었다.


그날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아침의 햇살이 심상치 않았다. 나도 모르게 이불을 걷어 벌떡 일어나 거실로 뛰쳐나갔다. 불안한 예감은 적중한 채, 모두가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전 괜찮아요.”


모든 이가 날 걱정하니 나도 모르게 그들을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나 자신이 어떠한 상태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난 내가 정말 괜찮은 줄만 알았다.



그 당시의 난 정말 괜찮았던 걸까?

모두가 날 걱정하며, 나까지 잃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마주하니 그 아이가 살아 숨 쉬던 그때의 날 바라보는 거 같았다. 그래서 나도 나지만, 저들 또한 하루아침에 그 아이를 잃었으니 내색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내색 안 했을까?

그 생각을 지키지 못했다. 장례식 입관식에 들어서자 차갑게 식어버린 그 아이가 내 동공에 가득 차 부풀었다. 차가운 점토를 빚어놓은 듯한 그 아이의 볼을 손끝으로 만지자, 나도 모르는 사이 따라가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날의 상처
장례식 밖으로 나온 뒤.

정차한 버스를 향해 뛰어가던 난 넘어졌었다. 평소에 신지 않던 내 발 치수보다 한 치수 더 큰 검정 구두가, 벗겨지며 손에 쥐고 있던 버스 카드가 아스팔트에 긁혔다. 눈앞이 뿌옇게 보이고, 버스는 날 향해 지나쳤다.


그날의 길고양이
스쳐 간 인연.

그 아이를 떠나보낸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매일 그 아이와 함께 앉았던 벤치가 아닌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벤치에 앉아 남몰래 멍 때리기 일쑤였다.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었는지도 모르게 극심히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반복되던 삶의 어느 날 눈물이 서서히 그쳐갔다. 사람을 경계하고 늘 도망만 가던 길고양이. 그 길고양이가 내게 다가와 나의 다리에 그 작은 몸뚱어리로 비볐다. 내가 앉은 벤치 아래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 채 내가 그 벤치를 떠날 때까지 그 길고양이는 제자리였다.




방황하며 떠돌던 그날

이별은 예기치 못하게 일어난다. 남은 자는 자책, 원망, 혼란, 슬픔, 어쩌면 아직 살아있을 거라 믿으며 떠난 자의 흐릿한 양상을 부여잡는다.


그 아이가 떠나고, 불 끄고 못 자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나보고 영원히 불 안 끄고 잘 거냐고 묻는 자가 있었다. 그자는 여러 사람과 이별을 맞이해봤다고 했다. 그자의 말이 내게는 또 다른 아픔으로 찾아왔다. 그 아픔은 밤에 내게 묻는다. “언제까지 그럴 거니?”라고.



내가 어디로 향하는 지는, 알게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데?

그 아이가 떠나고 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거 같다. 그 아이가 문득문득 생각날 때 자책을 멀리할 수 없으니 그 아이가 들어줄지는 모르겠으나 용서를 빈다.


가끔 날 두고 떠난 그 아이가 미워질 때쯤에는 그 아이와 내가 처음 만났던 때로 시간이 잠시 돌아간다면 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한다. 나의 선택은 그 아이와 친해질 걸 선택할 게 분명하니까.


그 아이와 늘 밤공기를 마셨던 공원이 생각날 때는 나 홀로 밤공기를 마시며 노래를 들은 채 산책한다. 너무 보고 싶을 때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직면한 채 운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자신을 잃지 않도록만 하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 모르겠다면 마음속에 깊게 묻혀 있는 그날의 나 자신을 서서히 떠올리며 물어본다. “괜찮아?” 현재의 내가 답하는 것이 아닌 마음속 크게 남은 사건에 대한 그날의 나 자신에게 답하도록 하는 거다. 그이가 안 괜찮다고, 힘들다고 말하는 거 같다면 안아줘 보자.


어렵다면 제3의 인물이라고 생각한 채 이러한 사건을 겪은 이는 어떨까에 집중하여 본다. 그렇다면 조금은 쉽게 마음속 깊은 곳을 찌르는 사건 속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미안해, 고마워.

이유 없이 우울할 때, 내가 왜 우울할까. 그저 컨디션이 안 좋은 걸까? 그런 생각이 잠시 들 때 아팠던 기억은 기다렸다는 듯 날 뒤덮으려고 한다. 그럴 때 그 아팠던 기억 속 나 자신에게 말한다.


아직 직면하기 힘들 때는 “미안해,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조금만 기다려 줄래?”라고 말하고, 직면할 수 있을 때는 “이제야 널 찾으러 와서 미안해.”라고 말한다.


아팠던 기억 속 나 자신이 다른 이라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서 문장이 지나간다.


“잘 버텨줘서 고마워.”


 난 나 자신을 이러한 방법으로 보듬어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