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아저씨가 되어간다.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여기에 오면 요리와 친해져야 한다는 걸..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 앞에서 나 요리 좀 해~라는 말은 절대 할 수가 없다. 물어보지 않아도 다들 기본 이상으로 요리를 잘할 것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외식은 다양한 이유로 쉽지가 않다. (외식에 대해서는 다음에 글을 남겨보리라.) 그래서 매 끼니를 대부분 직접 만들어 먹는다. 그러니 모두 백종원 아저씨가 될 수밖에.. 여기에서도 먹고 싶은 음식들도 많고 매번 같은 음식을 먹기도 그러니 한식, 일식, 양식, 중식, 분식까지 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만들어보려 노력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빵과 관련된 음식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눈감고도 쌀 수 있는 샌드위치조차 모두 사 먹으면 되었고 집 앞만 나가면 눈이 돌아가게 예쁜 빵들을 파는 베이커리들이 수두룩 했으니까.. 이곳은 주식이 빵이다 보니 식빵이나 바게트, 머핀, 크루아상, 베이글 같은 기본 빵들은 싸고 쉽게 구할 수가 있지만 다양한 토핑이 되어있거나 기교를 부린 빵들은 많이 있지도 않은뿐더러 너무 달아서 선뜻 사 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빵도 자꾸 내 손으로 만들게 된다. 빵 자체를 만들기보다는 기본 빵을 활용해서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크로플, 피자빵 등을 만들어 아침으로 먹는 편인데 재료들은 쉽게 구할 수가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자꾸 만들다 보니 우리 집이 브런치 맛집으로 변해가는 중.. 급기야 생크림도 만들고 통조림 팥을 사다가 앙금도 직접 만들고 있다. (인터넷 만세~~!! 다양한 요리법을 올려주시는 분들께 어찌나 감사한지..)
한식도 나날이 발전해서 이제 한 달 정도는 다른 메뉴로 구성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여긴 고깃값이 한국에 비해 싸다 보니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고기를 사 와서 소분한 뒤 필요할 깨마다 조금씩 꺼내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 요즘은 한식이 워낙 캐나다에서 인기라 로컬 마트에 가면 한국식으로 조리할 수 있게 잘라진 고기들을 쉽게 구할 수가 있어서 요리하기도 수월하다. (코스트코에는 양념이 된 불고기도 판매하고 있다. 외국인이 만든 불고기. 생각보다 맛이 있어서 깜놀~!) 채소도 저렴한 편인데 캐나다가 농업 국가이다 보니 유통 과정이 짧아선지 채소도 매우 싱싱한 편인 것 같다.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는 한국 식당도 많지만 내가 사는 런던에는 한국 식당도 다양하지 않아 더 음식을 만들게 되는데 등갈비를 이용한 갈비찜, 다양한 브랜드 맛을 따라한 치킨들, 풀도 직접 만들어 담근 깍두기까지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해보게 된다. (한국에서는 해본 적이 절대 없다. 부모님께서 해주시거나 사 먹으면 되었으니.. ) 추석 때는 떡이 먹고 싶어서 송편도 만들고 설에는 만둣국에 넣을 만두도 직접 만들었으니.. 나 스스로가 대견한 중.
식당에서 전문가가 만든 음식들에 비해 맛도 덜할 테고 종류의 한계도 있겠지만 다행히 남편과 아이들이 잘 먹어줘서 늘 고맙다. 외국 생활이 늘 쉽지는 않은데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보니 이 부분이 가장 신경 쓰이고 어려운 부분이다. 매일매일 오늘 저녁엔 뭐 먹지, 장을 뭘 봐야 하지 하는 걱정을 달고는 살지만 여기에서 생활하니 아이들에게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일 듯싶다. 괜히 집밥이라는 말이 생긴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어떨 때는 너무 귀찮고 힘들어서 요리도 하기 싫을 때가 있고 애써 만들었는데 맛이 없을 때는 좌절하기도 하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 요리는 나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계속해야지 싶다.
이제 글을 정리하고 또 점심을 만들러 가야 할 것 같다. 외국에 사는 엄마들 진짜 음식 한다고 고생이 많을 것 같은데 모두 힘내길 바라면서 다시 요리사 모드로 변신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