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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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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May 18. 2023

일기만세

저기요...

산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내 시야에 골반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가만히 서 있는 성별을 알 수 없는 그 분의 굽은 어깨와 앞으로 내민 골반. 그걸 본 나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헙. 설마, 이 길에서 쉬하는 거야?

산을 타다 보면 참지 못하고 누가 있던 없던 소변을 마구 갈기는 남자 어르신들을 보게 되는데, 그분의 폼은 딱 그거였다.

엇...움직인다. 아...여자 어르신이다. 

알고 보니 휴대폰을 보고 계셨던 것이었다.

어르신의 체형이 틀어져 있어 내가 오해를...

다시 서둘러 내려가는 그분의 뒷 모습을 보면서 내가 예전에 꼬리뼈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일이 생각 났다.


그 날, 나보다 먼저 오신 이연0어르신 먼저 엑스레이실에 들어 갔고, 그 다음이 내 순서였다. 엑스레이로 꼬리뼈 옆모습을 찍었고, 체열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10분 정도의 대기 후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사진하나를 컴퓨터 화면에 띄우자 마자 탄식했다.


"워매, 몸이 이게 뭐요?"


"네?"


의사의 반응에 컴퓨터 화면을 자세히 뚫어져라 봤고, 보이는 사진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내 몸이 저렇다고? 사진 속 골반이 의사가 아닌 내가 봐도 너무 아픈 골반이었다. 

헐...설마...이게 뭐야!!

틀어진 체형 사진에 놀란 나는 무언가 수상함을 느끼고 환자 이름이 적힌 부분을 보았다. 이연0 이름을 둘러싼 네모 테두리가 살짝 진하다.


"저기요. 저는 이연주에요."


내 말에 의사는 "아."를 내뱉고 이연주 이름을 클릭 했다.

꼬리뼈 옆 사진이 컴퓨터 화면에 떴다.

의사는 이것저것 설명을 한 후 또 마우스 클릭.

이번에는 체열 사진이었다.

이 사진에도 어쩔수 없이 내 눈은 커졌다. 상체부터 하체까지 드러난 윤곽의 사진에서 보이는 틀어진 골반과 오자다리. 

의사는 사진을 유심히 보고 있고, 또 수상함을 느낀 나는 환자 이름을 보았다. 또 이연0다!

나도 모르게 나는 의사에게 부탁했다.


"저기,,제 사진 좀 보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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