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내 얼굴
남다른 호기심에 몸을 자유롭게 쓰지도 못하는 아들이 한창 이른 배밀이를 하며 이 방, 저 방, 돌아 다니니
굳이 거실과 떨어져 있는 부엌까지 배를 밀고 들어가 구석에 놓인 냄비 만지다 몸이 뒤집어져,
알집 매트의 높이에서 맨바닥으로 내려 가다가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해 뒤집어지기를 수십번 할 때,
내 몸과 정신은 피폐해져 가고...
그래도 아들은 지켜야 하니 아들 동선을 따라 이리저리 따라 다니기를 수십번...
그 날도 배밀이 아들을 따라 다니다가 아들이 잠시 화장실 문 앞에서 배밀이를 멈추니,
나도 자리에서 멈추고 아들을 보았지.
아들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아들이 자지러지게 우네.
그냥 우는겟도 아니야. 보면 안되는 것을 본 것 처럼, 겁을 잔뜩 먹은 채, 아주 심하게 울어.
그러면서 배를 뒤로 밀며 뒤로 가. 뒤로, 뒤로.
왜 우나 싶어 궁금하던 차에 화장실 문 바로 옆 작은 공간에 세워 놓은 옷가게 거울이 내 시야에 보이네.
내 얼굴이 보여.
그래서 봤지. 얼굴이 못나기도 했지만, 표정이 아주 가관이야.
뭐에 그리 불만인건지 양 입 꼬리는 아래로 축 쳐져있지, 미간의 가로 주름은 선명해. 눈썹 머리는 주름과 어우러져 있어.
그제야 아들이 우는 이유를 알았지.
나도 내 못난 표정에 울고 싶더라고. 어쩜 이리 표정이 거지 같을까...
그래서 입 꼬리를 올려 보려는데 안올라가..이미 건조해진 얼굴에 진하게 새겨진 주름은 안펴지더라고.
그렇더라고.
그 시절 그랬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