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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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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Aug 27. 2023

일기만세

맥주 나들이

"남편아! 가자!"


"애들 깰 것 같은데."


"빨리갔다 오자!"


애들 재운다고 누워있던 남편을 애들이 잠에 골아 떨어지자 마자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둘은 아무 옷이나 대충 꺼내 입고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단 둘의 맥주 나들이는 삼년만이다. 


내 남편에게 늦은 시간 야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건 자신의 몸에 해로운 것을 집어 넣는 바보 같은 손해보는 짓이기에 남편 눈치를 몇날며칠 보다가 드디어 오늘 그를 데리고 집 앞 먹자골목으로 나선 것이다.


굳이 눈치를 봐가며 밖에서 한번만 마셔보자 티격태격 하면서 남편과 꼭 마셔야 하는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튼 빨리 마시고 집에 들어가면 된다고 이래저래 애들 깬다 어쩐다는 남편을 구슬리며 부슬비를 맞으며 어두컴컴한 길을 밟았다.


하지만 하필 내가 가고자 하던 맥주집은 일요일이라고 문을 닫았다. 아쉬워라. 


정말 큰 결심을 하고 나왔는데 곧 다가올 내 생일을 핑계로 이 집의 인기 메뉴 매콤 간장 치킨을 꼭 맛 봐야지 다짐한 채, 다른 맥주집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몇 안되는 테이블에서 세개의 테이블이 왁자지껄하다. 


정말 오랜만에 술집을 방문해서 일까? 그들의 왁자지껄이 무섭다. 


다들 갑자기 일어나서 술병 던지고 안주를 손으로 휘젓고 신발까지 벗어 던지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나의 걱정과 달리 그들은 자신들의 대화에 삼매경이다. 


대화에 심취해 있다 보니, 자신들의 언성이 높은 줄 모르나 보다.


메뉴판을 꼼꼼히 본 뒤, 가장 간단한 맥주 500CC두잔과 오징어 삼총사를 시켰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할 말이 없었다.


"남편, 말 좀 해 봐."


"와이프가 늦게 일어 난다는데. 그래서 이혼 고민이래. 속닥속닥."


"응? 무슨 말이야?"


"이혼 고민중이래. 속닥속닥."


남편은 할 말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자신의 귀를 활짝 열고 옆옆테이블의 언성 높은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두 사람은 매형하고 처남 사이야. 속닥속닥."


"헐... 매형이 처남한테 저런 말을 해도 돼? 둘이 원래 친구였나? 속닥속닥."


"할 수 있지!"


"오메, 자기는 내 동생한테 니 누나가 어찌고 저찌고 저런말 할 수 있겠어? 속닥속닥."


"할 수 있다!"


"오메, 할 수 있댔지? 내 동생에게 한 번 해봐. 내가 한번 볼 것이야!"


"날 뭘로 보고! 할 수 있다!"


어느새 나도 고개를 숙인 채, 옆옆테이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와이프가 늦게 일어나서 출근하는거 보지도 않는대, 만날 시켜 먹고, 말도 안예쁘게 하고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만 한대. 속닥속닥."


"내 얘기야? 속닥속닥."


"그런듯."


드디어 시켰던 오징어 삼총사가 나왔다.


오징어 삼총사라기에 다른 맛의 오징어 세 가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오징어 한마리, 땅콩 한 줌, 도시락 김이 모여 삼총사였구나. 그런데 오징어 짜다. 투덜거리는 나와, 


여전히 옆옆테이블의 처남과 매형의 대화에 귀를 쫑긋, 공감하는 듯의 고개를 끄덕이는 남편.


우리의 맥주 나들이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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