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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 Aug 27. 2023

일기만세

지각

급하다. 거길 가야한다. 지각하면 안된다. 


하지만 그 곳을 가려면 거기에 걸맞은 옷을 입어야 한다.


엇! 그런데 어딨지? 옷이 어디 간거지? 


여기 이 쪽 옷걸이에 쫙 걸려 있어야 하는데? 


쭉 보아도 단 한개도 보이지 않는다. 


상의와 하의 모조리 실종이다. 


여기가 아니면 서랍안에 있나? 없다.서랍안에도 그 옷들은 없다.


세상에, 어쩌나, 없다. 싹 다 사라졌다. 


자주 입었던 옷, 자주 입지 않았지만 언젠가 입으려 모셔둔 옷 구별 없이 내 10개월 간의 교복 역할을 했던, 하려 했던, 


그 모든 옷들이 사라졌다. 이 많은 옷 사이에서 그 옷들만 도대체 어디에...


그나저나 나 어떡해. 지각하면 안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언니,,, 제가 다 버렸어요. 미안해요. 옷이 너무 너덜너덜해서 못 입게 생겼던데요.


그래서 새언니집 정리하면서 다 버렸어요.


다 버렸다고? 설마, 한 벌 정도는 있겠지?


아니요. 다 버렸어요. 


바지는 보풀이 엄청 일어나 있고 티 목 부분은 아래로 늘어져 있고, 옷들이 너무 추잡, 미안해요...

아! 언니! 이 옷 입어요! 이 옷이 더 나아요! 이 옷 입고 가면 되잖아요! 자! 여기 새옷!


줘봐!...........뭐야! 내 짧은 다리에 어울리지 않는 츄리닝 바지잖아! 

그런데, 왼쪽 허벅지와 골반 사이...여긴 왜 실이 다 풀려서 찢어져 있는거야? 너무 이상한데? 

아...이런 옷을 입고 어떻게 가...


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새옷이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츄리닝 바지로 서둘러 갈아 입은 후, 


그 곳으로 뛰어 갔다. 


그리고 옷 찾는데 시간을 허비한 그녀는 당연히 지각했고, 


지각하지 않은 그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푸짐하게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대접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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