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만세

프로페셔널한 그녀

by 연주

2023년 11월 22일


그날은 유독 추위가 매서운 날이었다. 그런 날, 난 꼭 날궂이를 하려 하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그날따라 내 머리카락도 날궂이 중인가. 뿌리에서부터 3센티 정도 새로 돋은 까만 머리카락과 군데군데 섞여있는 새치. 대충 묶은 똥머리는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확인해 봐도 갈색과 황금색의 얼룰덜룩의 조화. 손으로 아무리 쓸어보아도 유난히 곱슬거리며 지저분하게 삐죽 나오는 머리카락.


그래! 미용실을 가자!


휴대폰을 꺼내 전에 이웃에게 머리를 너무 솎는다는 정보를 얻었던, 그 미용실 검색을 했고 전화를 걸었다.(새로운 미용실 가보는 걸 좋아한다.)

"새치 염색하고 싶은데 지금 가도 되나요?"

"오세요~."

항상 그렇듯 요가바지에 플리스 대충 걸쳐 입고 길을 나섰고, 5분 만에 미용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르신들 꼬불파마 위주로 하는 오래된 미용실 느낌이 날 맞이했다. 인사하자마자 우아한 헤어스타일을 한 원장님이 가운을 내밀었다. 받아 든 가운을 입고 의자에 앉으니 원장님은 나의 똥머리를 풀었다.

"미용염색 한 거예요?"

"아니요! 새치염색이요!"

"이래블믄 염색물이 금방 빠져요~"

"아... 네... 근데 머리도 자를 수 있나요? 머리가 심각김밥처럼 옆으로 너무 퍼져서 머리를 풀 수가 없어요!"

"그것은 머리 감고 봐볼께요잉~ 그것은 지금 볼 수가 없어요. 손님이 지금 집에서 뭉개고 왔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볼 수 없으니 머리를 감아봐야 해요. 그리고 지금 머리길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애매한 머리에 요잉~ 근데 머리펌은 언제 했어요?"

"두 달 전인 것 같아요."

"손님은 하관이 발달해서 여기 중간부터 하는 펌을 하면 안돼요잉~ 시선을 위로 옮겨야 해. 근께 히피펌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어요. 우선 염색해 봅시다. 자 봐봐요. 색이 너무 밝아. 좀 어두워야 염색이 오래 가요. 우선 밑의 색 하고 맞춰볼게요. 나중에 전체 염색 다시 하거나, 살짝 어두운 색으로 뿌리염색 하면서 점점 어둡게 하던가 해요. 그리고 여기 앞쪽 아래가 유난히 밝네요. 여기 색을 염색약으로 좀 어둡게 할게요잉~"

30분 뒤 머리 감겨주시는 원장님.

"손님은 이마가 너무 넓어요잉~ 그러니까 앞머리를 내려서 좀 감추어야 해요. 그리고 여기 눈 옆, 여기에 살이 하나도 없어요. 봐봐. 내가 누를게. 여기. 여기. 여기 살이 없어. 그니깐 컬 약한 펌보다 히피펌이 나을 수 있어요."

이제 머리를 말려주시는 원장님.

"자 봐봐. 이마가 너무 넓어요. 그니께 앞머리 내야 해요. 내 머리 봐봐요. 나도 여기 머리카락 하나도 없어. 그런데 여기를 내가 잘라서 싹 가려븟어요. 내가 해줄게요. 자 여기를 가려야 해."

원장님의 가위질이 시작됐다. 엠자로 훤한 내 이마 위쪽 양 옆의 안쪽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기 가위질을 하는데 빠르게 살살 거리며 머리카락 뭉치가 아닌 한가닥 한가닥 세심하게 자른다.

"자 봐봐. 여기 머리카락 없는 곳이 채워졌어요~그리고 손님은 가운데 가르마 안돼요잉~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머리를 넘겨요. 왼쪽 이마가 더 안 예쁘니까 이쪽을 가려. 앞머리도 그렇게 넘기게 잘라 줄게요. 자... 그리고 펌은 그대로 둬요. 안 잘라도 돼요. 펌이 잘되었구먼! 집에서 드라이를 할 때 손으로 꼬면서 말려요. 자... 손 꺼내봐요. 지금 꽈봐."

"지.. 지금요?"

"어서!"

"네네..."

드라이까지 다 끝낸 원장님은 나에게 둘렀던 천을 촤라락 빼내며 거울에 비친 날 보면서 외쳤다.

"자! 어때요? 훨씬 낫죠?"

앞머리가 가발인 것처럼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네~라고 대답한 후 계산을 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집에 가는 길, 실소가 터졌다. 프로페셔널한 그녀가 내 머리스타일에 신경 쓰다 보니, 난 팩폭 당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얼마나 내 머리가 심난했으면 그랬나 싶기도 했다.

아무튼 그녀는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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