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편승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본질은 분명하다.
최근 나는 조금 더 폭넓은 장르의 음악들을 접하려고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테크노, 하우스, Nu-Disco, 레게 등등.. 원래 좋아하던 흑인음악을 더 깊게 알아가는 과정 또한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내가 접하기 싫다고 해도 이미 매스미디어, 뉴미디어 세상에 살고 있는 나는 최근 나와 비슷한 나이대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그 미디어를 통해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된다.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받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이 접했던 건 ‘뉴진스’이다. 이제야 조금씩 내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던 나는 그런 피드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추천받는 게 조금은 성가심으로 다가왔다. 일종의 방해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은 왜 뉴진스에 열광하는가 너무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이 점점 커지던 찰나에 내가 팔로우하는 디제이들도 하나둘씩 뉴진스의 곡들을 리믹스하고, 그들의 노래가 여러 파티 혹은 서울의 여러 베뉴에서 나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매력이 대중들과 문화-예술 분야에 있는 다양한 종사자들을 매료시켰는가. 궁금했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과거 90년대 뉴잭스윙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혹은 과거 일본의 J-POP과 같은 느낌이 든다는 글 또한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보았다. 싱글 2개 그리고 EP하나,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처음 내가 내 손으로 현재 가장 있기 있는 그룹의 노래를 들었다. <Attention>은 뉴잭스윙의 향기를 불러일으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으나. J-POP에 대한 라이브러리가 부족한 탓에 이것 과의 유사성은 확인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노래 외적인 요소들이 돋보였다. 뮤직비디오, 여러 방송에서 보이는 분위기가 독특했다.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음악에서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파격적인 마케팅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여태 한국의 K-POP문화는 극단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K-POP과 아이돌 산업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정형화’이다. 아무래도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보이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보니 멤버들이 혹독한 연습생활을 거치고 그중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던 것이 현실이다. 여태 아이돌과 같은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조금 현실과는 동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디렉터 민희진은 이런 대중들의 시선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이런 부분에서 혁신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미디어가 정말 방대하게 발전하면서 같이 불어오고 있는 레트로의 바람과도 어느 정도 시류가 맞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과거의 것들을 접하기 힘들었던 신세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던 아이돌 산업에 조금씩 피로를 느끼고 있던 대중들의 니즈에 완벽하게 들어맞은 선택이라고 바라볼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이 메인스트림에서 적절하게 활용되는 것이 좋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동시에 무분별하게 과거의 것들이 사용되면서 본질이 흐려지는 것에 대한 경계를 하고 싶다. 이미 나는 그런 현상들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바이닐(Vinyl)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닐은 2020년이 들어서면서 조금씩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났다. 긍정적이다. 정체되어 있던 분야의 산업을 다시 활발하게 활성화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유행’이라는 단어에 편승해서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고 그저 ‘인테리어 소품’로 치부하는 현상들이 카페에서 자주 나타났다. 또한 추세가 그렇다 보니 레코드 바 또한 많이 생겨났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레코드 바라고 한다고 하거나 혹은 바이닐로 자주 음악을 틀어놓는 공간은 바이닐이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공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닐은 그저 턴테이블에서 빙빙 돌아가는 무언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문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계속해서 공부하고 알아가고 있지만 매우 방대할 정도로 깊게 쌓여있다.
뉴진스는 혁신적인 움직임으로 대중들과 문화 예술 분야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부정할 수 없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해야 하는 부분 또한 분명하다. 바이닐 시장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행’이라는 이름에 가려서 뉴진스가 활용한 과거의 것들 (뉴잭스윙, R&B, 패션, 문화)이 이 K-POP의 다른 그룹에게도 무분별하게 적용되어 이런 편승되는 기류가 탄생한다면 나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머물던 문화들이 K-POP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의 메인스트림에 같이 융합이 된다면 거기서 또 다른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에 기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