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겨워져 버린 그래서 더는 필요 없어져버린
때는 한참 유학 생활 중이었을 때다.
하루 일과 중 동기부여 영상들과 쇼츠들을 보며 자극받는 것이 내 루틴의 일부분이었다.
동기부여 영상을 보며, 열심히 자기 일에 미쳐 살아가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나도 저들처럼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나름 개인 목표를 정하여 내 삶을 통제하고 싶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고 모닝루틴, 나잇루틴 할 것 없이 따라 했다.
운동도 게을리하면 안 되기에,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기에 운동도 꾸준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마음은 점점 지쳐갔고 그때마다 난 누워있는 나를 보며 왜 게으르냐고 다그치고 있었다.
의지박약이라고 스스로를 비난하였다. 그래서 다시 동기부여 영상을 목숨 걸고 보고 인스타에 자기 계발 콘텐츠들도 부지런히 보며 저장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광기 어린 마음으로 어떻게든 그들을 따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아슬아슬한 멘탈을 붙잡으며 버티다가 깨달았다.
무언가 악순환이 되는 듯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일으키기 위해 그때마다 보던 동기부여 영상은 더 이상 나의 몸을 일으킬 만큼 강력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영상 속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만 하게 되었다.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애썼는데… 그러나 이제는 ‘열심히'라는 말만 들어도 지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지친 몸은 한번 누우면 저 깊은 땅 속까지 꺼지는 느낌이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데…?'
내 마음속 누군가가 나의 이성에 반문하였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그러게... 왜 열심히 해야 하지... 난 이제 더 이상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알아내야 했다. 나의 상태를 알아내야 했다. 그리고 결국 알게 되었다.
나의 에너지 정도가 상당히 낮다고 느껴졌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내가, 완벽주의자인 내가
모든 걸 완벽히 하려다가.. 모든 과정들을 완벽히 하려다가 완전히 방전된 느낌이었다. 스스로에게 너무 안일했던 나는 내가 어느 상태인지 알아채지도 못하고 스스로 자책하고 비난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그냥' 하기로 했다. 열심히 말고 그냥 하기로 했다. 스스로 되뇌었다.
"그냥 하는 거야, 그렇게 열심히는 아닌데… 포기는 당연히 아니고… 그냥 하는 거야.
그리고 정말 해야 하는 것들만 할 거야".
이것저것 하루 스케줄 꽉 채워서 내 모든 시간들을 단 한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과 달리
그냥 내가 꼭 해야 하는 것들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세네 번 운동에 일주일에 두 권씩 읽어야 했던 책들에 음식은 또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했던 식단들.
이제 운동 한번 빼먹었다고 자책하고 싶지 않고
책 한 권 못 읽었다고 게으른 거 아니고
음식 건강식단으로 안 먹었다고 죽는 거 아니니까.
이게 아마 완벽주의자가 에너지를 잃었을 때의 모습인 거였을까?
아님 의지를 잃은 모습인 거였을까.
뭐든 상관없다. 더 이상의 계획과 루틴들은 나에게 독이었다.
내가 편하고 덜 힘들고 단순해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복잡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나를 놓을 수 없었기에 나를 위해서라도 단순하게 내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했다.
아주 미련하게도 나는 그동안 스트레스를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하는 것들에 매 순간 최선을 다 하면
그게 열심히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