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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 25년 결혼생활의 리셋 버튼, 멕시코로 가자

by 실비아

74호랑이 남편과 75토끼 아내가 만나, 25년 전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남편과 나는 93학번으로 대학원 과정 중 교회에서 또래 친구로 만났다. 남편이 우리 학교에 실험 장비를 사용하러 오는 날, 함께 저녁을 먹었던 게 우리 관계의 시작이었다.


음력으로 따지면 호랑이 남자와 호랑이 여자가 만나 신혼부터 지금까지, 다른 부부보다 훨씬 더 많이 다퉈온 것 같다. 올해 결혼 25년 주년을 넘기며 님이 되었다 남이 될뻔하고, 남이 될뻔하다 님이 되고, 투닥투닥 어찌어찌 살아왔다.


처음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시댁 마루에 걸린 액자에는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으르렁대는 동양화가 걸려 있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혹시 이게 우리의 미래인가?"

그때의 불길한 예감은 여전히 생생하다.


세 달 전 7월 말,

돌돌이를 안락사로 떠나보내고 둘 다 감정적으로 힘들던 때, 결국 큰 싸움이 터졌다. 싸움의 방아쇠는 "10월, 체코 프라하로 떠나는 나의 솔로 여행" 선언이었다. 이혼 결정 30일 플래너까지 ChapGPT의 도움을 받아, day-to-day action plans까지 세워가며, 구체적인 실행을 시작했었다. 님이 남이 될 뻔했던 그 순간, 저녁 산책 중 남편이 말했다.


"여보, 나 너무 지쳐서 프라하 여행은 같이 가기 힘들고, 멕시코 리조트 한 곳에서 푹 쉬고 오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


추진력 200%인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검색창을 열었다. 그리고 예약에 결제버튼까지 눌러버렸다. 쇠뿔은 단김에... 이렇게 우리의 이번 여행은 결정되었다.


리조트는 내가 지난 겨울 다녀온, 푸에르토 바야르타 (Puerto Vallarta) Mismaloya에 위치한 all-inclusive리조트로 정했다.


사실 내 브런치 구독자들은 이미 안다. 지난겨울, 지인과 함께 그곳을 다녀왔고, 여행기 연재를 올리다 결국 모든 글을 삭제했던 것을.


이번엔 남편과 함께 그곳으로 다시 간다.

손을 잡고, 여전히 다투기도 하며.


D-7

사무실 일은 여전히 많지만 이번 주 일요일 비행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이번엔 우리의 여행기를 독자분들과 끝까지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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