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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부커 Oct 30. 2024

그래요.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당신을 응원합니다.^^

10월의 어느 오후, 행정실에서는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문득 옆자리의 후배가 내게 물었다.


“ 요즘 괜찮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리게 됐다. ‘괜찮다’는 말이 가진 무게와 함께, 정말 나는 괜찮은지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그 말이 내내 걸리는 법이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료가 물끄러미 고개를 들더니 농담을 던졌다.


“우리끼리 괜찮다는 말, 이제 그만 쓰죠. 사실 괜찮은 날이 얼마나 있나요?”


한동안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짧은 순간, 그 농담 속에 담긴 진심을 느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했던 순간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았을까. 웃음 뒤에 감춰진 피로감과 묵묵히 견뎌온 날들이 떠올랐다. 나뿐만 아니라 여기 모인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만의 속도로 버티고 있었으리라.


그러다 조용히 한 동료가 말을 이어갔다. “가끔은 그냥 다 내려놓고 싶어요. 그런데 다들 이 자리를 묵묵히 지키잖아요.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고맙기도 해요.”


그 순간, 모든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 각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마다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눈빛이 차분해졌다. 그렇게, 그저 매일의 인사를 나누던 동료가, 때로는 묵묵히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작은 위로를 주었다.


대화가 끊긴 채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하던 중이었다. 문득 후배가 다가와 다시 말을 꺼냈다.


“선배님은 뭐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세요?”


그 물음에 잠시 멈칫했다. 나는 그동안 그 질문에 답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대답을 피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흔들릴 때마다 ‘그냥 이게 내 자리니까’ 하고 답을 피했다.


“글쎄… 너희 같은 후배들이 있어서 일하는 건 아닐까? 이렇게나마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같이 버티고 견디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후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미소에 담긴 응원을 느꼈다. 우리가 같은 일을 하며, 같은 공간에서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견딜 힘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저마다 다른 보폭으로 걷지만, 결국은 한길을 향해 가는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날 밤, 동료들과 나눈 짧은 대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버거울 수 있는 하루가 또 지나갔고, 나는 이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의 이 평범한 대화가 내게는 하루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글감이 되었고, 그 글이 또 다른 사람에게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대화, 소소한 대답 속에도 글감이 숨어 있다.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괜찮으세요?”라는 한마디가, 그 속에 담긴 작은 울림이 글이 되어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우리 각자가 느끼는 사소한 감정들이, 때로는 글감이 되고, 그 글이 서로에게 응원이 될 때가 있음을 믿는다.


-  매일 읽고 쓰고 달립니다. 유 아 더 온리원. 저스트 두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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