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저녁 되고
빛나던 해는 고요히 가라앉는다.
봄의 싱그러움은
겨울의 침묵 속에 몸을 맡기고,
꽃잎은 땅으로 내려앉아
새로운 씨앗을 품는다.
탄생은 죽음이 되고
죽음은 다시 새로운 탄생을 부른다.
지금 내딛는 걸음은
어제의 끝이자 내일의 시작.
삶은 끊임없는 마음의 춤사위,
멈출 수 없는 숨결의 리듬.
매일 아침, 나는 딸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유치원 버스가 오는 길목으로 향한다.
그 손끝에 담긴 따뜻함은
영겁의 시간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내 삶의 가장 고요한 축복이다.
“아빠, 나 세상 구경 잠시 다녀올게요!”
딸아이의 환한 미소가 바람에 스며들면
나는 다시 출근길에 오른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그 짧은 순간은 나를 붙잡고,
삶의 이유를 선명하게 속삭여 준다.
희망과 절망은
들숨과 날숨에
사랑과 이별은
같은 나무의 다른 가지처럼
늘 함께한다.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는 흐름,
붙잡으려 해도 붙잡히지 않는 순간들.
무한의 시간은 유한한 나를 스쳐가고,
남는 건 흐릿한 잔상과
가슴속 잔잔히 울리는 깨달음.
우리 모두는 순환 속의 점 하나.
그러나 그 점이 모여
우주를 이루고,
우리가 남긴 흔적은
결국 누군가의 내일을 비춘다.
오늘도 아침이 저녁이 될 때까지,
내 딸아이의 미소를 떠올리며
삶이라는 강을 건너며
또 다른 깨달음을 안는다.
삶과 죽음도 결국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