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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다루는 일

매일 읽고 쓰고 달립니다.

by 맨부커

마음을 갤 수 있다면

흐트러진 이부자리처럼

단정하고 곱게 정리하자


기쁨을 펼칠 수 있다면

아침의 기지개처럼

온몸 구석구석 나누어 주자


슬픔을 접을 수 있다면

네모난 휴지를

반으로, 다시 반으로

작게 접어 넣자


고통을 볼 수 있다면

오늘 저녁 활어 한 접시와

소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외면했던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지자.


미움을 보낼 수 있다면

먼 길 떠나는 친구 배웅하듯

아쉬운 손짓 하나로 보내자


분노를 그릴 수 있다면

하얀 도화지 위에

예쁜 색을 천천히 칠해 주자


눈물을 들을 수 있다면

빗소리 속에 번지는

늦은 밤 피아노처럼

마음껏 공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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