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판게아

by 정하

판게아

지각보다 더 깊이
맨틀보다 더 깊이
핵 속에 존재하는 영혼입니다.

내 영혼은 강렬한 에너지로 분출하여
핵 경계 너머로
치솟습니다.
고열로 달아올라
불끈 치솟습니다.

두터운 맨틀 층을 깨부수며
위로 치솟으며
판을 균열시킵니다.

그대의 차가운 얼굴을 보는 순간
달뜬 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아래로 아래로
추락합니다.

홀로 영혼을 껴안으며 몸살을 앓을 때
그 열기가 상승 열기둥으로
분출하고
또 얼음기둥으로
하강하기를
수억 년 반복할 때
판의 균열로
지각 변동이 일어납니다.

영원히 만날 수 없었던
그대와 나의 대륙이
부딪힐 듯
부딪힐 듯 스쳐가며
억만 년의 세월을 빙빙 돌다가

드디어 폭발하는 영혼의 인력으로
그대의 대륙을 끌어당겨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피톨 구석구석까지
환희의 세포가 일제히
불꽃을 터뜨리는
생의 축제가 벌어지는

가슴 벅찬 만남이,


억만 년의 기다림 끝에 주어진
판게아 축복입니다.



시 배경 이야기

수능 모의 언어 영역에 비문학 지문으로 판게아 이론이 나왔습니다.

이과 학생들은 쉽게 이해했지만 문과 학생들은 조금 어려워해서

학생들이 그 지문을 쉽게 이해하도록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대륙과 대륙의 거리만큼 멀지만

끝내 대륙의 이동으로 판이 하나가 되는 것처럼,

긴 세월 그리워한 사랑이

끝내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담은 내용으로

판게아 이론을 시로 변주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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