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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 Sep 08. 2023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
하이바라 아이

홀로 속앓이 하는 명품 조력자


Caution : 이 글은 결말을 포함한 스포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특정 인물을 파헤쳐보는 캐릭터 집중 탐구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리고 싶은 캐릭터는 명탐정 코난의 26번째 극장판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 에서 등장하는 하이바라 아이 입니다.
최대한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인물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만화 원작의 설정을 따르는 작품이기에 기존의 인물 관계도를 알고 보시면 더 수월하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1. 일생


하이바라 아이는 대표적인 비운의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에 소속되어 부모님의 연구를 물려받는 등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의 부모님은 사고사로 유년 시절에 일찍 돌아가셨고,

하나 남은 혈육이었던 그녀의 언니도 검은 조직의 손에 죽었습니다.

조직을 배신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자신이 개발한 독약을 삼켰지만 죽지도 못했습니다.



2. 삶의 가치


하이바라는 자신의 존재로 인해 가까운 인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이 작품에서 하이바라가 검은 조직에게 납치당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포톡신을 먹고 작아지는 꿈을 꾸게 되는데,

도망쳐 나오는 과정에서 검은 조직에 들통이 나면서 아가사 박사가 죽음을 당합니다.

그런 꿈을 꾸게 된 것은 그녀 내면에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원작에서도 하이바라의 존재로 인해 코난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위험에 빠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여러 번이나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하이바라는 삶의 의지가 크게 없는 인물입니다.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어."



바닷속에서 그녀가 코난의 손을 놓으려고 할 때도 늘 그랬듯이 코난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코난과 하이바라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가 그런 표정이라고 지칭하는 얼굴을 보이고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죠.

코난이 장미를 향해 항상 웃어 보이는 건 그녀를 향해 걱정하는 마음을 내 비쳐 보이지 않기 위한

일종의 보안 장치와 같습니다. 


때때로 자기 학대를 하는 그녀에게 자신을 포기하는 것보다 지켜나가는 것이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합니다.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3. 나오미와의 관계


나오미 아르젠토가 미국 보스턴 유학 시절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우연히도 그녀를 도와준 건 미야노 시호였습니다.

시호 역시 동양계 혼혈인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을 통해 동질감을 느꼈을 겁니다. 


그 탓에 따돌림의 대상이 나오미에서 시호가 되었지만 내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겉으로는 차갑게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품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나오미가 생장 인식 시스템 개발에 힘쓰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작품 초반에서 나오미가 레온하르트의 발언에 대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도 유년기 시절의 경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아이의 말과 행동이,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해요.
그러니까 나를 믿어 봐요.



이 작품에서 하이바라는 나오미의 생각을 변화시킵니다.

나오미 역시 어린아이 따위라는 발언으로 은연중에 자신도 모르게 박혀있는 고정관념을 내비칩니다.

공교롭게도, 다시 한번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하이바라였던 것이죠.


그녀 역시 코난을 통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해봤습니다.

하이바라가 코난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하자 고민하지 않고 바닷속으로 뛰어든 것 역시

코난이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놓았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4. 짝사랑


하이바라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인물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원작 시리즈나 다른 작품에서도 코난을 사모하는 것이 은연중에 내비쳐지는데,

절대로 티를 내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하이바라는 코난을 작아지게 만든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입니다.

코난이 하이바라를 파트너로서 절대적으로 신뢰하고는 있지만,

아마도 자신이 가해자라고 인지하고 있는 탓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심지어 이미 신이치와 공식적인 커플인 란 역시 따뜻한 인성을 가지고 있음을 여러 번 확인하 바 있으니

아마도 자기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란에게 입을 맞춘 건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보이는데요.
첫째는 외모나 행동이나 자신의 언니와 빼어닮은 탓에 그리움과 애틋한 감정이 겹쳐 보인 것.
그녀에게 그리움이나 애틋한 감정이 없었다면 입술을 돌려주는 행위라고 해도 입을 맞추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둘째는 란을 사랑하는 코난을 온전히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인 것.
그녀는 늘 그랬듯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소모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까지도 온전히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은 어떤 인물에게도 찾아보기 힘든 희생정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일본에서는 결말을 포함하여 마지막 장면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은데, 

오히려 하이바라에 대한 내면을 더 확실하게 나타내었다고 생각됩니다.



5. 번외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원작에서 기본 설정만 가져오고

독립적인 내용으로 전개되는 다른 세계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원작을 찾아볼 필요는 없습니다.

(원작의 기본 설정 역시 오프닝에서 모두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이번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 에서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오마주 되는 장면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인물들의 사건이나 감정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을 받고 싶다면

원작 에피소드 176화 ~ 178화, 701화 ~ 704화 정도만 먼저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지켜본 팬이라면 작품 내에서 반가울 만한 요소가 꽤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하이바라 아이에 대한 헌정 영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인기가 높은 캐릭터를 앞세운 덕분인지 일본에서 130억엔 이상의 수익을 내며 메가 히트가 된 작품인데요.

하이바라 아이가 공식 주연으로 등장하는 코난 극장판은 2001년 개봉한 <명탐정 코난 :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이후로 무려 22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제 명탐정 코난 시리즈도 완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원작에서나 극장판에서나 서서히 메인 스토리를 끌고 오는 것 같은데,
개인적인 팬심을 담아 하이바라가 진심으로 행복해지는 결말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언제나 비밀 많고 마음고생 많은 명품 조력자 하이바라 아이였습니다.
이 인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셨다면,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 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 https://www.conan-movie.jp/news26/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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