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1999년에 "은행업무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예언한 것처럼, 오늘날 은행 산업은 핀테크 혁신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들이 간편 송금과 다양한 '페이' 서비스로 소비자 결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디지털 송장 금융(digital invoice financing)과 같은 서비스는 전통적인 금융 접근 방식을 완전히 혁신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저신용자 등 기존 은행권에서 외면했던 고객들에게 디지털 송장 금융을 포함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중소기업 대출 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대 중반 OnDeck, Lending Club과 같은 온라인 대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빠른 대출 심사와 함께 디지털 송장 금융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전통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많은 벤처 자금이 유입되며 온라인 대출 시장은 급속히 성장했고, 특히 2014~2016년에는 많은 신생 기업들이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미국 중소기업들은 자금 조달에서 주로 은행 대출에 의존하지만, 소액 대출이나 매출이 작은 기업일수록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소액 대출에서 '펀딩 갭' 문제가 심각한데,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자금을 적시에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디지털 송장 금융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출 절차와 달리, 송장을 담보로 하는 디지털 금융은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미국에서 Community Bank의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Community Bank는 대형은행과 달리 중소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안정적인 대출을 제공해왔으나,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온라인 대출 시장으로, CAN Capital, OnDeck, Lending Club, Kabbage 등은 디지털 송장 금융과 같은 혁신적인 금융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시장을 주도했다. 핀테크 붐과 함께 벤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온라인 대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대규모 온라인 대출 컨퍼런스가 열리는 등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
이러한 예시로 HSBC는 공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며, 내장형 금융 서비스 벤처 'SemFi' 출범하였다. HSBC가 글로벌 B2B 무역 네트워크 Tradeshift와 협력하여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내장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합작 벤처를 출범했다. 양사가 공동 소유하는 이 벤처는 'SemFi by HSBC'라는 이름으로, HSBC의 결제, 무역, 금융 서비스를 Tradeshift의 B2B 네트워크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상거래 및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에 통합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SemFi by HSBC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등록된 중소기업(SME) 공급업체들이 HSBC의 디지털 송장 금융 솔루션 (digital invoice financing)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HSBC의 가상 카드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지출 관리를 보다 유연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벤처에는 HSBC의 주요 인사들이 투입되었으며, Vinay Mendonca가 CEO를, Shehan Silva가 COO를 맡아 벤처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Mendonca는 "기업들은 점점 더 자신들의 전자상거래 과정에 금융 솔루션이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필요할 때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서 "SemFi by HSBC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기업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장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우리는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적 접근 방식과 HSBC의 글로벌 역량 및 전문성을 결합하여 비즈니스 고객과 전자상거래 파트너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참고 Tradeshit는?
Tradeshift는 클라우드 기반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및 플랫폼으로, 구매-결제 자동화, 공급망 결제, 마켓플레이스, 가상 카드, 공급망 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8년 Goldman Sachs가 주도한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2억 5천만 달러를 모금하며 기업 가치를 11억 달러로 평가받아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런던, 코펜하겐, 부쿠레슈티, 쿠알라룸푸르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Tradeshift는 자사 네트워크를 통해 1조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해왔다. Tradeshift는 구매자와 공급자 간의 모든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모든 참여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자 탄생했다. LinkedIn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영감을 받아, 일상적인 비즈니스 상호작용을 단순화하고 자동화하여 구매, 송장 처리, 결제를 중앙 집중화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들이 한 곳에서 연결되고, 거래하고, 결제하며 대금을 받을 수 있게 한다.
Tradeshift는 클라우드 기반의 단일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들을 연결하고, 구매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강력한 가치 제안을 제공한다. Tradeshift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 가치를 창출하려는 Tradeshift의 노력은 공급자들이 더 빠르게 가입하고, 구매자들이 디지털화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Tradeshift는 전 세계 백만 개 이상의 기업들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무역 네트워크로, 고객과 공급자 간의 원활하고 디지털화된 거래를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가능하게 한다.
Tradeshift는 기업들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모든 공급자와 소싱부터 결제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단일 네트워크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 필요한 상품을 더 빠르게 구매하고, 현대적인 B2B 전자상거래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 예측 가능한 자금 조달 및 내장형 금융 서비스를 통해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한다.
한국의 시장 상황도 미국과 유사하게 핀테크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간편 송금 서비스와 다양한 '페이' 플랫폼이 일상 생활 속 결제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디지털 송장 금융과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전통 금융기관의 대출 방식을 대체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여전히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소액 대출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의 정형화된 신용 평가 방식은 소상공인과 저신용자의 자금 조달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핀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대안 신용 평가 방식과 디지털 송장 금융을 도입하여 보다 빠르고 유연한 금융 접근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 기관들이 등장하며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간편하고 빠른 대출 심사를 제공하여 기존 은행 대출 절차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소형 지역 은행(Community Bank)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주요 금융기관들이 대형화 및 중앙집중화되어 있어 전통 은행의 역할이 여전히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 그리고 디지털 송장 금융과 같은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대출 방식이 중소기업 금융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핀테크와 전통 금융기관 간의 협력 강화, 혁신적인 금융 기술 도입, 그리고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 조달의 효율화가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내년에 새롭게 만들어질 SME 중심의 은행들이 디지털 송장 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 평가, 간편 대출 등 핀테크 서비스로 무장한다면, 기존의 전통 은행들에게 상당한 경쟁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대출 절차와 고객 경험을 개선하지 못한 기존 은행들에게 '메기 효과'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특히, SME 은행들이 더 신속하고 유연한 대출 프로세스, 맞춤형 금융 솔루션, 디지털화된 고객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면, 전통 은행들이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비용 절감을 이루고, 더 많은 중소기업에게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면, 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이고 금융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전통 은행들은 이와 같은 변화에 맞서기 위해 핀테크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내부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쟁이 촉발된다면, 전체 금융 생태계의 혁신을 이끌며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참고 Digital Invoice Financing 이란?
디지털 송장 금융(digital invoice financing)은 기업이 고객에게 발행한 미지급 송장을 담보로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의 금융 서비스다. 즉, 회사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발행한 송장을 기반으로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그 송장의 대금을 미리 지급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이 실제로 대금을 지급하기 전에도 필요한 자금을 신속히 확보할 수 있어,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더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송장 금융은 이 과정에서 종이 서류가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송장 정보를 제출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절차도 간소화된다. 특히 중소기업들에게는 큰 도움을 주는데, 긴 대금 회수 기간을 기다리지 않고도 필요한 자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 자금 운용에 있어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