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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로 Aug 03. 2023

항공보험 그리고 요율협상


항공보험 계약서의 해석


사무실로 보험증권이 날아왔다.


내가 생명보험회사에서 약 8년간 일하긴 했지만, 항공 보험과 재보험 영역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더군다나, 난 보험사 기획, ERP 부서 근무해서 상품에 대해 깊이 모르고, 보험증권도 잘 읽을 줄도 모른다. 하지만, 어떡하겠나.. 또 MDHT로 일해야지.. 하면서


책상 위에 있는 보험증권을 보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서,

네이버 찾고, 구글 찾다가.. 내가 이 보험증권을 왜 검토해야 하는지 하고 준 사람 (오너이자 보드멤버)에게 물어봤더니, 자신도 잘 몰라서 줬다고..


P사 (영국회사의 일반보험, 화재보험사)와 미팅이 잡혔고,

재계약건으로 회의를 하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덛붙여 줬다.


그리고 나만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 Hangar 갈 때마다 비가 왔던 거 같다


책을 보며 공부를 할까 하다가 쉬운 길을 선택했다... 전화 돌리기 (MDHT의 기본 : 네트워크를 이용하라) 동창 중에 한국 재보험사 특히 외자계 Aon, Marsh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더니, 항공전문가는 딱 한 명을 꼽는데... 대학원 다닐 때 같은 학교 학부생이었던 그리 친하지 않았던 (나중엔 친해졌지만), 동문 이름이 지명되었다.


항공사 경영 전반에 걸쳐서는 A사 고등학교 후배, 보험에 관해서는 M사 동문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며, 이제 MDHT 일의 본격화가 시작되었다.


전화로 설명을 한참 듣고 증권을 다시 보니 Hull과 Passenger, Crew 등 관련 Premium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즉 기체 자체, 사고, 불가항력적 조항에 대한 기술이 매우 어려운 영어로 가득했다. 만약 이 동문 후배 아니었으면, 미팅장소 가서 아무 말도 못 했는데.. 많은 통화를 하다 보니 동문후배가 왜 P사를 만나냐고 하고 항공보험증권 Issuer 문제를 얘기하면서, M8의 항공보험도 상당히 복잡한 구조인 점을 알아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비행기 내부


보험요율 조정 시 재보험시장에서 재보험 중개인이 로이드마켓에서 Risk 바이어들에게 일단 가격이 정해지면, 그 가격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불필요한 요율은 M8자체가 control 력이 있다. 생보사에선 사업비 부분...


즉, P사는 중개인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았다. Lockton이란 중개인을 통하는데, 여기에 Lockton 필리핀 법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M8은 P사를 통해서 Lockton Texas와 얘기하고 Lockton Texas는 LLOYD's 중개인과 연결되어 있다. 더군다나 P사는 직접 증권 발행을 못해서 또 다른 Agent가 있고, 그 밑에 Agent가 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로 보험요율에서 여러 군데의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사 미팅에선 재계약을 자기네와 다시 할 것인가 아닌가를 가지고 얘기가 오고 가는데, M8오너가 나를 소개하면서 보험사 출신이라고 말하자,


약간 긴장한 P사 아마 부사장쯤이.. 나에게 대뜸 계리사냐고 묻는다. 기선 제압을 위해서 질문에 답안하고 바로.. 왜 P사 밑에 두 단계를 거쳐서 M8이 계약을 하게 되느냐.. 고 물었더니, 뭔가 설명하려는데 M8에서 그껀은.. 자기가 설명하겠다며.. 내 질문이 그냥 묵살당했다.


투명해야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고 왜 재보험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을까? 솔직히 오너 가족을 의심했었는데 그건 아니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긴 그러니 그냥 국가적 특징이다. 덩치가 큰 보험이니, 거기엔 뭔가가 많은 이끼들이 끼지 않을까?


미지급 보험금과 갱신보험료로 협상이 가장 큰 네고 포인트였다, 즉 미지급 보험금이 있다는 건 M8이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 여기서 말해도 되는 건 어차피 인터넷 찾으면 다 나오는 얘기라,


필리핀 조그만 섬인 IAO에서 항공기 이륙 시 overshooting 해서 활주로 이탈을 했다. 비와 강풍으로 인한 landing gear가 파손된 사고인데... 이건이 가장 큰 이슈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사고건에 대한 자세한 건 나중에 그 미팅이 끝나고 나서 M8 변호사가 이야기해 줘서 알았다. 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지 등등에 관련해서


미팅 끝나고 돌아올 때 차 안에서 보드멤버에게 말했다. 거래구조를 간단하고 단순하게 만들자. 항공보험은 큰 재보험사일수록 괜찮은 premium rate을 받아올 수 있다고 설득을 했고, P사 말고 Marsh나 Aon 같은 대형 재보험사로 부터 직접 요율을 받아오자고 했다. 어차피 보험요율 협상하는데, 새로운 보험요율을 제공해 줄 회사 없이 그냥 한 회사랑 거래한다는 건, 아니 비교견적도 없이 한다는 건 좀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황한 건 M8사장도 아닌 다른 이해관계자들이었다.



이사회에서 재보험사 컨택 Go사인이 났다 그래서 Marsh와 Aon에 메일을 보내서 미팅 요청하니


"넌 누구냐?"라는 답변이 왔다




협상

몰라도 아는 척하며 협상을 주도해야 함



Aon 보다는 한국에서 소개받은 Marsh와 미팅을 했다. 미팅을 하기까지, 메일 보내니 너 누구냐 해서


여기 항공 관련 법무법인과 M8 사내 변호사에게 내가 누군지 설명하고. 다시 메일을 보내라 했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문후배는 여기에 있는 사람을 잘 모르고, Marsh AP에 연락을 해서 AP에서 다시 필리핀으로 연락을 주는 과정에 약간 불쾌한 내용의 메일 답신이 왔지만, 양쪽으로 성공해서 일단 미팅은 성사가 되었다.


보험 협상이 결렬된 비행기는 간혹 이렇게 Salvage 된다


사진 부연설명 : 2018년 8월 경에 관제탑에서 회항을 요청했으나 무리하게 착륙하다가 사고가난 중국 민항기 MF (Xiamen Air)다.. 2019년 9월에 활주로 나갔다가 여전히 AOG상태로 있는 상태를 보면서.. 보험사와 salvage cost가 합의 안된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2020년 초까지 활주로에 있는데 지금은 치웠는지 모르겠다. 활주로 옆에 고장난 비행기가 떡하니 있는 공항 클래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당시 이 비행기가 사고 났을 때 어머니와 조카들이 대한항공 타고 마닐라 오는 중이라.. 2일 동안 인천공항에서 머물다 오는 바람에.. 이 비행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걸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만나자마자, 나.. 이름을 얘기하고 시작하니,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 게 M8사장과 친한데, 왜 뜬금없이 다른 사람이 연락이 왔나 의심을 했다고 변명을 한다. 사내변호사가.. 설명을 해주면서 그런데 갑자기 나를 이상하게 설명해서.. 여기서도 나보고 계리사냐고 묻는다.


아님 중개인.. ㅠㅠ.. 항공사 일 해주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나보고 중개인이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난 너네 보험을 들라고 얘기해주러 온 사람이라고..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것에 의해서 모든 것을 판단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러하다)


나중에 AP에서 뒤늦게 연락받고 나서야 내 홈쇼핑 사무실로 직접 선물 들고 찾아오고.. 어쩔 줄 몰라하길래.. 일단 협상에선 의도하지 않게 유리하게 갈 수 있었다.


단순하게 테이블에서 우리가 Locton -P사 연계된 보험을 들고 있는데 재계약 시 새로운 Rate을 받고 싶다. 왜 보험사를 바꾸려 하는지는 당신들도 알 거다. Rate을 낮게 받기 위해서다. 하니, 당연히 지금 항공시장이 안 좋고, 작년에 Max 사고에다가, (그때 당시) ATR이 폭발한 사건이 한 2주 전에 있어서 등등 얘기를 하더니, 좋은 Rate을 못준다 등등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M8의 사고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얘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가격에 대한 얘기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이렇게 한 한 달? 정도 보험사 미팅을 시작하니, A사, R사등 로컬 보험사들이 달려들었다.



많이 시달렸다.



이사진들은 자신들이 시달리는 것을 내가 대신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지만, 나에겐 아무런 권한이 있지 않았다. 다만, 지금 지불하고 있는 보험료보다 싸게 만 가져온다면 땡큐라는 사인만 받았다.


재계약 보름을 앞두고, 소문을 들은 P사가 다시 만나자 해서 만났다. 그리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Aircraft 당 탑승객 수를 줄이고, 뭔가의 확증서 등을 달라고 제안해 왔다.


M8 비행기를 샤르가오(IAO) 출장 중에 탔을 때, 뒷좌석 몇 개가 없는 거 보고 내가 RM팀장에게 물어봤다. 왜 좌석이 비웠냐고 그랬더니, IAO공항에는 Landing Load Limit이 있어서 뒷좌석을 빼고 운항한다고 들었다. IAO에 가는 모든 비행기가 40-72인승 비행기인데, M8 만 92인승이었으니..


갑자기 이 생각이 나서 Passenger Pax Load Rate을 분석해보고 나서,


한번 질렀다.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비행기 좌석을 빼는 것이다라고...


M8사장은 기겁을 했지만, 비용절감에 포커스를 맞춘 이사회는 좋아했다. 좌석제한을 두고 많은 금액의 보험료를 절감 못했지만, 마른 수건을 짜도 물이 나오는데.. 동참하게 되었다.


그밖에 서류처리라든가.. 이건 사내 변호사가 하고.. 난 다시 내 본업인 홈쇼핑을 돌보러..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내가 항공사일을 하면서 얻는 게 뭘까...라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너는 누구냐, 뭐 하는 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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