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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로 Aug 09. 2023

경합의 시작

항공기 구매 시 발생할 수 있는 일


한 사람의 주장으로 회사 전체, 그룹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정의 순간인데,

항공기 결정의 근거가 최소한 분석에 기반하거나, 왜 이 항공기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의사결정의 과정과 판단이 없이는 E195-E2를 도입 결정을 보류해야 한다고, 그냥 그룹 회장님에 말해 버렸다. 


대책도 없이 그랬더니, 너의 계획은 무엇이냐? 고 묻는다.


난, 일단 어디를 날아가던, 제트기가 필요하다면 최소 다른 항공기와 비교는 해봐야 할 것 아니냐

M8을 보니 Embrarer에서 집중 영업을 해서 거기에 2년 동안 꽂혀서.. 다른 데는 아예 만나보지 못한 게 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E195-E2 조정실, 구매할 때는 이렇게 다 구경을 시켜준다


회장님은 다른 회사를 불러보라고 나한테 말한다..  

('아니 M8사장에게 지시하셔야지, 홈쇼핑사장에게 지시하면 안 될 일인데...') 했지만, 내심 회장님의 신임을 받은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너무 대책 없이 저지른 거 아닌가.. 고민, 

회장님도 이 비행기를 할까 말까 고민 중인데, 내가 나서서 말해 주니깐 고마워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사진들은 찬성의 분위기였다.


다시 OZ 후배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KE도 어떻게 알게 된 사람에게 연락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 모두 항공기 구매경험이 오래된 사람이어서 Airbus 담당자 연락처를 알게 되고,

그냥 연락처만 받는 게 아니라, M8에 한국인이 있는데, 연락이 갈 거다라고 이메일 보낼 때 내 이메일을 같이 써서 보내주는 일을 해주었다.


Boeing은 당시 Max 사고로 인해서, 어차피 필 IATA 허가가 쉽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제외를 시켰다.


Airbus 321을 물색하기로 하고 메일을 보내서 연락을 취했는데...

연락이 안 오는 거다.

하루, 이틀,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초초해졌다. 일을 저질렀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상대방 반응이 전혀 없어서

그래서 다시 OZ, KE 쪽에 협조를 요청하자,

OZ 후배가 아예 AP 담당 부사장에게.. 너네 세일즈 담당자가 M8에게 말 안 한다고, 메일에 답변이라도 해주라고 독촉.. 역시 모든 관련자 이름을 넣어서 메일을 썼다.


그 담당자가 마지못해서 나한테 메일을 썼다.


내용은... "우리 Airbus는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Broker와는 대화 안 한다.

M8에 확인해 보니, 넌 M8 임직원도 아니고, "Board Member Consultant"라고 들었다. 그래서 당신 메일에 답을 안 한 것이다라는 약간 짜증 난 뉘앙스의 메일 답신이 왔다.


즉 Airbus에서 나를 Broker로 여겼던 것이다. ㅠㅠ.

받은 메일을 M8 사내 변호사, 이사회에 보냈다. M8사장의 의도는 알겠는데, 이사회 회장이 Airbus 담당자에게 다시 메일을 보내서, 나는 M8 이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다른 계열사 임원이지만, 

항공사 전략을 담당하는 자 (CSO).. 등의 위임장을 써서 보냈더니 (안 그래도 내가 메일 보내기 전에 위임장 써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그제야 Airbus와 연락이 자유롭게 되었다. 여하튼 항공업종 보안.. 여타 산업보다 철저하나, 뭔가 투명하지만, 그렇지 않은 거 같고


가격이 매우 비싼 물건이기 때문에 (?)... 홈쇼핑과는 많이 다른 Supplier라고 말하자, 한국의 항공업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이 불편해했다 ㅎㅎ ("어디 홈쇼핑업과 항공업을 비교하느냐" 무엄하다고)


Airbus 입장에서 괜히 Broker 상대했다가, Legal이슈가 발생될 수 있는 점 등등.. 메일이 오고 가면서

난 충분히 이해했고, 오해도 풀리게 되었다.


Airbus가 정식 미팅을 요청해 왔다.


Airbus 321, Airbus 200 제안으로 이미 사전에 거의 실시간으로 전화와 이메일을 오고 가면서

나는 M8이 국제항공 캐리어로 Airbus를 선택하기 바랐다. 그래야 최소한 한국을 갈 수 있으니... 필리핀 국적 항공사가 한국인들이 그나마 아는 비행기를 타면서 안심해야 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Airbus가 변방인 우리를 찾아온다는 소리에 그룹 회장님과 이사회는 약간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팅날짜가 정해지고, 콧대 (?) 높은 Airbus가 다수의 기술진과, 영업맨을 이끌고..

그룹 본사 건물로 찾아왔다.




경합의 시작


Airbus와 미팅이 잡혀서


미팅장소로 이동했다, 에어버스는 프랑스 본사 사람, Asia Pacific 담당자, 그리고 기술진 등 대략 8명 정도가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AP담당자가 나를 찾고 보더니, 거의 90도 폴더형으로 인사를 한다.


자기네 내부 규정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뭔가 누그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화려한 PT의 시작이었다. 시작 전 Airbus관련 영상을 보는데..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이어서 지금 필리핀 내 Airbus고객을 소개하며, 그들이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고

그 성장엔 Airbus가 함께 있었다고 한다. 7C의 성공스토리 였다. 



Airbus200은 좀 생소한 기종이지만, 지금 BAE146을 대체할 비행기 인지가 M8의 관심사였는데, 나는 이점을 강조했다. 이러면서 BSO에 이착륙가능여부, 다른 로컬루트의 이착륙여부를 묻는데, Airbus는 신중하게 자신들이 좀 더 조사를 해보고 말해 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Embrarer처럼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뭔가 더 신중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기술서포트, 그리고 중장기적 Plan을 같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미팅하면서 회장님과 이사회 멤버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는데,


확실하게, 지금 현재 노선을 버리지 않으면서, BAE146 대체할 항공기 구매에 뜻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지금 Airbus가 설명한 321과 200 기종은 어쩌면 경제성이 없거나, 공항사정으로 못 가는 일이 생길 수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이사회 멤버에게 

"우리가 자갈길과 진흙탕길이 있는
오지로 가는 포르셰 같은 운송수단을 찾는 건 아닌가?" 


라는 은유의 말을 남겼다.


다시 이사회는 고민에 빠졌다.


이날 저녁, Airbus 담당자가 자기네들 여기서 머무는데, 나와 함께 저녁식사가 어떠냐고 제안을 한다.


난 그날, 바쁘기도 했지만, 일단 내가 중간에 껴서 이러쿵 저렇쿵.. 하게 될 것이 뻔해 보였다. Airbus 측은 M8사장보다는 내가 말이 잘 통한다라고 생각한듯하다. 저녁은 어렵고, 간단하게 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또, 몰려나왔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데,


첫 번째가 다른 회사와 컨택 중이냐, 했더니, 난 회사를 말하면 안 되니,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Airbus 측은 당연히 우리가 Boeing과 자기네와 경합을 하는 줄 아는데, 내가 힌트를 주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회사가 아니다.


그랬더니.. 그중 한 사람이 약간 기분 나빠하면서, 역시 회사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거리랑 우리랑 비교하냐.. 는 식.. 즉 독일제 차량 딜러가 중국산 차와 비교하는 고객을 향해서 말하는 듯한. 내가 Airbus를 밀기 위해서는 내가 당신들과 밥, 술, 향응을 즐기면 안 되니


다음에 만약 계약하게 된 후, 나와 술 한잔 하자고 하며, 서둘러 사내변호사와 함께 자리를 떴다


돌아오는데, 변호사가.. 밥 먹어도 되는데.. 아쉬워하길래

여기 졸리비 (햄버거집) 데려가서 밥 사주었다. 변호사가.. 좀 짜증 내는 듯한 분위기,,,,


Airbus 미팅하고 난 뒤.. 한 일주일 정도 지났나?

내 Linked In에 Embrarer 직원들의 조회가 갑자기 증가를 했다.


그리고 이메일이 Embrarer에서 날라 왔다. 아마 M8사장이 말한 듯하다.


메일의 뉘앙스는 나보고, 항공사 전문가가 아닌데, 회사 경영에 참여하냐고, 그리고 M8사장과 자기네들과의 관계 등등.. 일종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메일 내용은 홈쇼핑하느라 불철주야 힘든데, 항공사 일까지 해서 노고가 많다.. 이런 식이었는데..)  물론 답장은 당신네 들이 Drop 된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항공기 선정의 절차라고 설명했다. 사실 M8 사장 말만 믿고 따라왔었던 E사에 갑자기 초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그것도 그 사업과 관련 없는 사람이...


마침 자기네들이 인천공항에서 에어쇼 (일종의 신규 비행기 전시회)가 있으니, 항공표를 보낼 테니 오라고 한다. 이사회는 이미 마음을 돌린듯해, 인천공항 에어쇼 참석에 반대의사를 나한테 전해, 전달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Embrarer에서 연락이 왔다. E195-E2를 끌고 직접 마닐라에 오겠다고.... 초강수를 두는 듯했다.


M8사장은 흥분하며, 이거 봐라 Embrarer가 적극적이지 않냐면서 Embrarer가 오는 준비 작업에 신이 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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