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방치된 아이들
키즈카페운영은 보통 멘탈로는 힘이 드는 일은 확실하다.
음식물 또한 카페존에서만 먹어야 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공지를 붙여놓지만 돌아다니면서 먹는 아이들도 많다. 그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면 그럼 팔지를 말아라며 도리어 나에게 와서 따지는 부모들도 있다. 돌아다니며 먹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치워줘야 되고 특히 볼풀장이나 편백존에 음료를 들고 들어가 쏟아버리는 아이, 과자를 부어서 흔들고 놀고 있는 아이.. 놀이에 빠져 볼풀장과 편백존에 쉬를 해버리는 아이 들이도 종종 있다. 그러면 더 이상 다른 손님들은 그 공간을 이용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영업에 피해를 준 부모는 "어머~ 얘가 이럴 아이가 아닌데.." 그러고는 끝이다. 모든 부모가 그렇진 않지만 아이의 실수를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부모를 본 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도 있다.
그런 날은 마감을 하고 청소를 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편백을 모두 꺼내 씻어서 말려야 했고 볼풀공 또한 모조리 꺼내 씻어야 했다.. 내가 이 짓을 왜 한 건지.. 모두가 대박집이라고 부러워했지만 난 정말 오픈하기가 무서웠고 주말이 돌아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일 거라 시작했으나 정작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 이모.. 지인들에게 맡겨졌다. 매일 나는 마감을 하고 나면 청소와 소독을 해야 했고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정리가 되어야 집에 갈 수 있는 성격 탓에 늦은 시간까지 정리와 청소를 반복했다. 밤 12시.. 1시.. 집에 들어가면 아이를 안아줄 힘조차 없었다. 나의 성격이 나를 더 힘들게도 했고 지역 특성상 주인이 없으면 말이 많고 탈이 많은 곳이라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직원과 알바만두고 외출을 하면 끊임없이 매장에서 전화가 왔다. 나를 찾는 전화, 바꿔달라는 전화.. 아르바이트생을 무시해서 일 못하겠다고 가겠다는 알바들의 전화.. 별의 별일을 다 겪다 보니 웬만한 일은 놀랍지도 않고 아이들이 음료나 과자를 쏟기 전에 멈추게 하는 능력도, 나만의 갑질 대응방법도 찾으며 일도 익숙해지고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반년쯤 지나고는 아이를 매장에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며 운영을 할 수 있기도 했으나 또 다른 현실에 부딪힌다. 여긴 영업장이기에 난 일을 해야 되는 곳이고 내 아이지만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은 되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엄마는 다른 아이들이랑은 잘 놀아주면서 왜 나랑은 놀아주지 않아.. 집에 데려다줘.." 그리고 혹시 손님 아이와 우리 아이가 트러블이 생기면 우리 아이를 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났다. 내 아이의 편에 서주지 못한 건 지금생각해도 참 마음이 아프다..
아이도 나도 함께 매장에서는 서로가 힘들다는 걸 알기에 정작 우리 아이는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렸다.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가 끝나면 여기로 와서 신나게 노는데 우리 아이는 나의 이 일 때문에 가고 싶지도 않은 학원을 다녀야 했다. 그러나 주변모두가 우리 아이를 부러워했다. "넌 정말 좋겠다~ 집이 키즈카페라서~" "돈도안 들고 매일 놀 수도 있고 부럽다..." 그러나 정작 우리 아이들은 "언제 그만둘 거예요?" "엄마가 키즈카페하는 게 정말 싫어.." 아이들 방학이나 주말이 나에겐 제일 바쁠 때이니 우리 아이들은 방치 아닌 방치가 되었다. 나의 아이는 돌봐주지도 못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키즈카페는 여기 엄마, 아빠들에게는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방학이거나 재량휴업일 같을 때에는 오픈시간을 당겨줄 수 없냐는 전화도 많이 받았고, 좁은 지역이다 보니 아들, 딸의 친구이거나 동생들.. 서로서로 다 연결이 되면서 이 아이들의 보육은 어느덧 내가 하고 있었다. 나의 아들, 딸의 친구부모님들은 나에게 친구엄마라 더 믿고 아이를 맡기게 되신듯하다. 점차 아이만 두고 가시 부모님들이 많아짐에 따라 초등 1.2학년아이들은 부모책임 동의서를 작성하면 보호자가 함께 있지 않아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규정을 마련하였다. 그 아이들과 나는 오픈부터 마감까지 함께 있기도 하였다.
내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애태우던 부모들에게는 여기가 참 고마운 존재라 했다. 거기다 오지랖 넓은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장이 아이를 너무나 잘 돌봐주니 보육시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차 보육시설이 되어갔다.
조금 조용한 평일 낮시간 때 아기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은 육아에 많이 지쳐있기도 하기에 상황이 되면 아이를 봐주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눈 좀 붙일 시간을 주기도 했다. 엄마들과 이런저런 고민상담도 해주고 육아에 지쳐있는 엄마들에게 커피 한잔이라도 편하게 마시라며 아이를 업어주고 재워주기도 했다. 잠깐의 여유지만 아이를 돌봐주는 세 아이의 엄마사장은 그냥 육아스킬이 대단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그들에겐 힘이 되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