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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Feb 27. 2023

아이를 키우고자 시작된 일

뜻하지 않게 방치된 아이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일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둘째가 5살 그리고 곧 태어날 셋째가 뱃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친정에서 두 아이들을 키워주었기에 주말에만 우리 부부가 데리고 와서 지냈으나 셋째까지 친정엄마에 키워달라는 것은  너무나 미안하기도 했고, 일을 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함께 해주지 못한 것 또한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키운다는 핑계로 나의 휴식기를 갖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기에 그렇게 세 아이엄마지만 초보엄마를 시작했다.


  말이 세 아이엄마지 내가 키워봤어야... 알지..  아이를 전적으로 키워보지 않은 터라 모든 것이 참  힘들고 난감했다. 아이를 데리고 올 때 우리 부부는 그동안 못해준 거 다해주자고 다짐했으나 생각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몸도 마음도 힘든 부분이 많았다. 놀아주는 것도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챙겨주는 것도 나에게는 버거웠고 아이들도 우리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기에 매일을  함께하는 것을 서로가  어색해하며  서로서로 눈치를 보는 아주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셋째인 딸아이가 태어나고 우리 가정은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두 아들도 여동생을 끔찍하게 예뻐해 주었고 큰아이와 막내딸아이가 7살이나 나이차이가 나다 보니 큰아이는 여동생 우유도 먹여주고 재워도 주고 잘 놀아주었다. 둘째 녀석도 큰아이에게 질세라 함께 동생 돌보는 일을 많이 도와줬다. 그렇게 가정은 평화롭고 안정되었지만 막내 딸아이가 3살이 되던 때쯤 육아에만 전념하며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됨에 나는 에너지가 많이 떨어지고 우울해졌다.  그러나 다시 일을 시작하기에는 나에게는 세명의 아이, 그리고 혼자 감당해야 할 육아가 큰 걸림돌이었다. 어떤 일을 하면 내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이때 한참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를 많이 다니고 있었다. 우리 지역에는 없는 키즈카페를 하면 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일 될 거라는 아주 거대한 착각을 하며 그렇게 키즈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나만의 아주 잘못된 큰 착각이었다는 걸..  키즈카페를 아이를 데리고 놀러만 다녀봤지, 운영과 현실적인 부분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아이들의 안전에 많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으며 청결해야 된다는 강박증은 나를  더 힘들게 했고 거기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고, 아이들끼리의 작은 다툼이 부모들끼리의 싸움이 되기도 하며 말릴 때는 정말 혼이 쏙 빠진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단체로 온 두 팀의 엄마들끼리 싸움이 났다.  욕은 물론이고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며 머리채도 잡고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일부 놀란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계산도 하지 않은 채 나가버리기도 했고 같은 공간에 있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싸움을 눈앞에서 보니 많이 놀란 듯 얼어있었다. 


  흥분한 이들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직원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남편이 정리 아닌 정리를 해주었으나 놀란 아이들과 손님들을 안정시키며 사과해야 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싸운 두 팀에게 받을 금액은 그날 매상으로는 봤을 때 큰 금액이었지만 이용료를 받지 않을 테니 제발 나가달라고 했다. 가슴이 뛰어 그들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을 받지 않겠다 하니 숨길 수 없는 미소를 띠며  본인들 아이를 데리고 나간 그들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길 바라는 걸까? 본인들의 행동에 정말 부끄러움이라고는 없는 것일까? 


  얼마 후 그중 한 팀의 엄마부대들의 아이를 데리고 찾아왔으나  난 그들의 입장을 거부했다. 나보고 손님을 가려가며 받는다고 욕을 하며 맘카페나 여기저기에 글을 올릴 거라며 큰소리쳤지만 나는 그때 이용료를 받지 않은 건 여기 이용을 하시지 말란 거였다고. 왜 내가 그때 돈을 안 받았다고 생각하시냐? 그렇게 당당하시면 돈을 받지 않는 걸 그때 기분 나빠하셔야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같이 온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엄마.. 가자.." 라며 부끄러운 듯 먼저 나가버렸다. 그 말을 하면서도 뛰는 심장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며 손과  다리가 너무 떨렸었다. 여긴 나만의 영업방식을 세우지 않으면 흔히들 말하는 손님들 갑질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키즈카페운영은 보통 멘탈로는 힘이 드는 일은 확실하다. 


  음식물 또한  카페존에서만 먹어야 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공지를 붙여놓지만  돌아다니면서  먹는 아이들도 많다. 그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면 그럼 팔지를 말아라며 도리어 나에게 와서 따지는 부모들도 있다. 돌아다니며 먹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치워줘야 되고 특히 볼풀장이나 편백존에 음료를  들고 들어가  쏟아버리는 아이, 과자를 부어서 흔들고 놀고 있는 아이.. 놀이에 빠져  볼풀장과 편백존에 쉬를 해버리는 아이 들이도 종종 있다. 그러면 더 이상 다른 손님들은 그 공간을 이용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영업에 피해를 준 부모는 "어머~ 얘가 이럴 아이가 아닌데.." 그러고는 끝이다. 모든 부모가 그렇진 않지만 아이의 실수를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부모를 본 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도 있다. 


  그런 날은 마감을 하고 청소를 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편백을 모두 꺼내 씻어서 말려야 했고  볼풀공 또한 모조리 꺼내 씻어야 했다.. 내가 이 짓을 왜 한 건지.. 모두가 대박집이라고 부러워했지만 난 정말 오픈하기가 무서웠고 주말이 돌아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일 거라 시작했으나 정작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 이모.. 지인들에게 맡겨졌다. 매일 나는 마감을 하고 나면 청소와 소독을 해야 했고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정리가 되어야 집에 갈 수 있는 성격 탓에 늦은 시간까지 정리와 청소를 반복했다. 밤 12시.. 1시.. 집에 들어가면 아이를 안아줄 힘조차 없었다. 나의 성격이 나를 더 힘들게도 했고 지역 특성상 주인이 없으면 말이 많고 탈이 많은 곳이라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직원과 알바만두고 외출을 하면 끊임없이 매장에서 전화가 왔다. 나를 찾는 전화, 바꿔달라는 전화.. 아르바이트생을 무시해서 일 못하겠다고 가겠다는 알바들의 전화.. 별의 별일을 다 겪다 보니 웬만한 일은 놀랍지도 않고 아이들이 음료나 과자를 쏟기 전에 멈추게 하는 능력도, 나만의 갑질 대응방법도 찾으며 일도 익숙해지고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반년쯤 지나고는 아이를 매장에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며 운영을 할 수 있기도 했으나 또 다른 현실에 부딪힌다.  여긴 영업장이기에 난 일을 해야 되는 곳이고 내 아이지만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은 되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엄마는 다른 아이들이랑은 잘 놀아주면서 왜 나랑은 놀아주지 않아.. 집에 데려다줘.." 그리고 혹시 손님 아이와 우리 아이가 트러블이 생기면 우리 아이를 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났다. 내 아이의 편에 서주지 못한 건 지금생각해도 참 마음이 아프다.. 


  아이도 나도 함께 매장에서는 서로가 힘들다는 걸 알기에 정작 우리 아이는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렸다.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가 끝나면 여기로 와서 신나게 노는데 우리 아이는  나의 이 일 때문에 가고 싶지도 않은 학원을 다녀야 했다. 그러나  주변모두가 우리 아이를 부러워했다. "넌 정말 좋겠다~ 집이 키즈카페라서~" "돈도안 들고 매일 놀 수도 있고 부럽다..." 그러나 정작 우리 아이들은 "언제 그만둘 거예요?" "엄마가 키즈카페하는 게 정말 싫어.." 아이들 방학이나 주말이 나에겐 제일 바쁠 때이니 우리 아이들은 방치 아닌 방치가 되었다. 나의 아이는 돌봐주지도 못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키즈카페는 여기 엄마, 아빠들에게는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방학이거나 재량휴업일 같을 때에는 오픈시간을 당겨줄 수 없냐는 전화도 많이 받았고, 좁은 지역이다 보니 아들, 딸의 친구이거나 동생들.. 서로서로 다 연결이 되면서 이 아이들의 보육은 어느덧 내가 하고 있었다. 나의 아들, 딸의 친구부모님들은 나에게 친구엄마라 더 믿고 아이를 맡기게 되신듯하다.  점차 아이만 두고 가시 부모님들이 많아짐에 따라 초등 1.2학년아이들은 부모책임 동의서를 작성하면 보호자가 함께 있지 않아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규정을 마련하였다.  그 아이들과 나는 오픈부터 마감까지 함께 있기도 하였다. 

내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애태우던 부모들에게는 여기가 참 고마운 존재라 했다. 거기다 오지랖 넓은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장이 아이를 너무나 잘 돌봐주니 보육시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차 보육시설이 되어갔다. 


  조금 조용한 평일 낮시간 때 아기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은 육아에 많이 지쳐있기도 하기에 상황이 되면 아이를 봐주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눈 좀 붙일 시간을 주기도 했다. 엄마들과 이런저런 고민상담도 해주고 육아에 지쳐있는 엄마들에게 커피 한잔이라도 편하게 마시라며 아이를 업어주고 재워주기도 했다. 잠깐의 여유지만 아이를 돌봐주는 세 아이의 엄마사장은  그냥 육아스킬이 대단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그들에겐 힘이 되는듯했다.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시작된 이 일은 결론적으로는 아니었지만 나는 새로운 일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와 부모들의 고민. 이걸 해결해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나 역시 제일 절실한 부분이기도 하니깐.. 아이를 낳고 키움으로써 경력이 단절되고.. 돌봄을 맞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내가 겪어왔던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법이 없을까.. 내 아이를 키우고자 또 나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도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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