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돌봄 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은 맞벌이가정이다. 부모님들은 아이와 함께 해주지 못함에 늘 미안해하고 여유시간이 생기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신다. "선생님 ~ 저 내일은 못 와요. 엄마랑 스케이트장 가기로 했어요! 엄마 내일 회사 안 가도 된데요~ 너무 좋아요" 라며칠 전부터 너무나 들떠있는 아이들이다. 나의 책상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며칠 전부터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표정과 많이 들떠있는 아이들.. 문뜩 나의 막내딸아이가 6살 때 유치원에서 대전 오월드로 부모님과 함께하는 현장학습이 생각이 났다. 그날이 금요일이기도 하였고 나는 키즈카페를 운영하고 있던 터라 선뜻 함께 간다고 아이에게 말을 하지 못했다. 아이에게 "우리 가지 말고 엄마가 더 좋은 걸 사주면 안 될까?"아니면 다음에 우리 가족끼리 가면 안 되겠냐고도 해봤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무조건 엄마랑 같이 가야 된다며 다른 건 무조건 싫다고 며칠 동안정말 우리 같이 못 가냐며 울먹였다.
이리저리 알바를 맞춰놓고 가려다 그러면 또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키즈카페가 신경이 쓰일게 뻔하기에 이번에는 아이를 위해 하루 문을 닫기로 했다. 혹시나 헛걸음하실 손님이 계실까 봐 개인사정으로 영업을 못한다는 단체 문자를 보내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했다. 그때 아이는 지금 우리 센터아이들처럼 많이 들떠있었다. 가기 전날도 너무 좋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신이 나있었고 "그래.. 뭐가 더 필요하겠니.. 회사도 아니고 개인사업장인데 누구 눈치를 이렇게 봐왔는 걸까.."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처음 딸아이와만 함께하는 여행에 설레었다. 아이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놀이동산에 가서도 나의 손을 잡아 끌며 여기로 가보자, 저기도 가보자. 오늘 완전 날 잡은 아이처럼 흥분한 아이는 바쁘게 나의 손고 잡고 다녔다.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구나.. 함께 하길 너무나 잘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를 꼭 안아주며 "엄마가 키즈카페 안 가고 나랑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 너무 행복하다고 이젠 엄마 일해도 된다고 말하는데 아이도 그동안 내가 일하는 것을 묵묵히 참아주고 이겨내주고 있음을 느꼈다.
우리 아이에게 엄마의 부재는 당연한 것이었으나 이 하루를 통해 그동안의 엄마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돌봄 센터는 방학기간이 제일 바쁜 곳이다. 부모님께서 출근하시면서 데려다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 센터는 방학기간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을 한다. 처음개소를 했을 때는 오전 8시 반부터 운영을했었으나 8시 반까지 출근하시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문 닫힌 센터 앞에 내려두고 가실 수밖에 없었기에 운영시간을 조정하였다. (다함께 돌봄의 운영시간은 필수운영시간을 포함하여 각 센터마다 센터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아이들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출근시간에 맞춰 준비를 하고 센터로오는 아이들을 보면 참 대견한 생각이 든다. 방학을 핑계로 늦잠도 자고 싶을 건데 등원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늘 너무 단정하고 깔끔해 놀라기도 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부모님은 아이 돌봄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돌봄 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지만 얼마 전 직장을 다니는 엄마와 아이의 상황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했단다. 걸어보라니 걸음은 걸을 수 있겠다 하여 어머니께서도 당장은 출근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 센터로 아이를 데려다주셨다. 출근 후 상황을 보고 10시쯤 아이와 병원을 함께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12시가 다 되어서야 오실 수가 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간다고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상황이었고 선생님들과 나는 엄마가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기신 듯 하니 많이 아프면 선생님과 병원에 가자고 아이를 달래 보았지만 아이는 엄마와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며 기다릴 거라 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엄마는 11시 40분쯤 연락이 오셔서 이제출발한다고 준비해 달라고 하셨다. 엄마가 오신다는 말에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센터가 2층이라 아이를 업고 1층 현관으로 내려와 함께 엄마를 기다렸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통곡을 했다. 엄마가 너무 밉다며.. 센터에서는 다른 아이들이 있으니 눈물을 꾹 참은듯하다. 엄마가 오시자 서러움이 더 폭발을 했는지 엄마 가라며, 일하러 가라며 소리치며 운다.. 엄마도 울고.. 아이도 울고..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말을 잊지 못하신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안아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겨우 진정을 한 후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셨다. 회사로 다시 들어가셔야 했기에 병원을 다녀온 후 아이와 다시 센터로 오셨다. 다행히 다리가 아픈 건 전날 발차기를 한 것 때문에 근육이 놀란듯하다며 하루이틀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하셨단다. 아이도 엄마도 둘 다 많이 속상한 것이 느껴졌다. 걱정 마시고 다녀오시라고 어머니를 보내는데 발길이안 떨어지시는지 계속 아이의 눈치를 보시며 "빨리 올게.."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셨다. 가시는 동안 한숨소리가 계속 들렸다.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실 것 같았다..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클레이놀이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지만 엄마가 약속시간을 어쩔 수 없이 못 지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도 엄마를 이해하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음이 많이 쓰이셨는지 평상시 퇴근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아이를 데리러 오셨고, 아이는 엄마에게 줄 거라며 아이클레이로 자기를 닮은 귀여운 토끼라며 만든 토끼를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이거 나 닮은 토끼야~ 잘 만들었지? 엄마 줄 거야" 이러면서 약속시간을 못 지켜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내밀었다. 엄마도 오늘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졌을 것이며 아이에게 바로 달려오지 못함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눈시울이 붉어진 엄마를 보며 "빨리 올게.."라는 약속은 꼭지 키려고 평소보다 일찍 오신 엄마를 보며 , 아이도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를 키우며 여러 부분에서 오로지 아이만을 위해주지 못할 때 부모는 흔들린다. 그러나 어떤 방법도 정답은 없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우린 너무 잘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