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햇빛이 눈을 적시는 시간인 오후 두 시쯤의 텁텁한 공기를 맡으며 나는 어디론가 걸어간다.
마침 여름이다. 요즘은 대충 이런 느낌으로 계절이 흘러간다.
바쁘게 눈과 뇌를 굴리며 기어간 언덕 너머에는 굽이굽이 펼쳐진 각자의 지옥.
무언가 잊었다는 것을 잊은 채로 뉘엿 넘어가는 해의 정수리.
후덥지근할 때쯤이면 어느새 코로 넘기기 힘든 서릿발 같은 공기가 날 마주한다.
난 무엇을 붙잡았고 무엇을 놓았는가.
무얼 내버렸고 무에 집중하였는가.
선택의 연쇄와 그에 따르는 대가란 참 정직하다.
이렇게 글을 쓸 때쯤이면 어느덧 침잠하는 햇무리와 뒤집히는 달력들이 정직하다.
나에게 글이란 붙잡지 못하는 시간의 바짓가랑이일까. 아니면 시간의 형태인가.
어째서 시야는 넓게 쓰려 발악할수록 좁아지는가.
그건 당연 눈먼 발악만 해서겠지 라는 앓이를 인지하였다
그렇다면 눈이 아니라 마음을 써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 건지 나는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그렇게 꾸준히 시야를 가리는 어둠은 오늘밤에도 찾아온다.
난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