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사 Nov 21. 2023

작게나마 살아간다.

단 며칠간의 도쿄. 그 안쪽에 서 있었던 한 사람의 시야.


23살의 23년 만의 도쿄여행.

그곳에서의 기억을 적어본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처럼 일본이라는 나라가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일본이란 나라는 한국인에게 있어 익숙하지 않은 해외여행의 초탄으로 삼기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나라고는 해도 직접 가보기 전에는 당연히 저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가볼 만한 곳은 가본 곳보다도 많으니까.

그러나 직접 다녀와보니 한국과 비슷한 면이 존재하면서도 180도 다른. 여러 방면에서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에. 자신 있게 추천한다.


한 장소를 눈으로 직접 보는 것, 피부로 직접 닿는 것은 내 낡은 예상과는 아예 다른 느낌이어서 한 사람의 시야로 본 일본을 담고 싶어 졌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본격적인 글은 지금 시작된다.



군대에서 재밌게 읽었던 일본 단편소설과 함께한 식사.


한국에서 벗어나고 마주한 첫 식사.

그리고 내겐 한 가지 소소한 실행 리스트이자 낭만인 기내 독서.

 꼭 한 번쯤은 비행기에서 책을 읽고 싶었기에 마침 이번 기회에 군 시절에 재밌게 읽었던 책과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런 사소함이 여행의 스타트를 산뜻하게 해 주는 조미료라고 생각한다.


아사쿠사에서는 흔한 풍경. 정문 근처엔 인력거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낯선 일본에 도착하고 난 후의 다음날.

지친 몸을 뉘이고 일어난 다음날에 마주한 한낮의 신사거리.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의 틈에 온기가 느껴진다.


기모노는 내 생각보다 입고 돌아다니기에 편안한 복장이었다. 생각보다는.


익숙해지지 않는 일본의 향을 입은 채로 방금 지나온 거리를 다시 한번 돌아서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마음에 차오르는 건 왜일까.



스카이트리 4F

더 위에서, 좀 더 차분하게 이곳을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으로 모두가 행복한 얼굴을 한 신사에서 벗어나

스카이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은 난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고 모두와의 상의 끝에 이곳의 예약을 끝마치긴 했었지만.


막상 와보니 땅에 가까운지,

하늘에 가까운지는 관계없이 이곳저곳 퍼져있는 사람들의 환희가 나까지 한층 더 들뜨게 만들었다.


타오르는 듯한 야경 속에서도 빛나는 도쿄타워의 존재감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이 들뜬 감정을 뒤로하게 할 정도의 도시가,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흔하디 흔한 풍경일지 몰라도 새의 시선으로 보는 도시는 매번 색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저 아름다운 곳에서 모두가 조그맣게 살아간다.

그 사실만으로 가치 있는 풍경이다.


여기는 횡단보도 한가운데가 사진 스팟이다.
시력이 나쁜 나는 안경을 벗으면 과장 좀 보태서 이런 식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친구가 찍은 이 사진은 퍽 맘에 든다.




높디높은 하늘나무에서 내려오고

근처에 위치한 롯폰기의 거리에서 마침 한창인 '일루미네이션'의 현장에 도달했다.

높은 곳에서 봤을 때 도시가 그리도 밝았던 이유에 일조한 이 거리를 직접 마주하니 눈이 부신만큼 아름다운 밤거리에선 설령 물리적으로는 눈이 아프더라도 그 고통이 그다지 거슬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을 정도로 이 밤의 풍경은 실로 아름다웠다.




                                       

오차노미즈 역.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하이라이트 장면에 담긴 곳.
다바타 역 울타리. 영화 '날씨의 아이'의 주인공과 여주가 재회하는 곳.
스가신사 옆의 계단. 영화 '너의 이름은'에 나오는 그 계단.
신주쿠 굴다리. 영화 '날씨의 아이'의 한 구도를 참고해서 찍어보았다.


그다음 날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 작품의 배경의 일부인 오차노미즈 역, 다바타 역 울타리,

신주쿠 굴다리, 스가신사를 차례로 방문하였다.


스크린과 현실,

데포르메와 나의 맨눈.

그 사이에서 차례로 오버랩되는 광경은 마음속에 묻어놓았던 이른바 새벽감성이라 불리는 절절한 감정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다바타 역 울타리 너머로 본 스카이트리

그곳을 돌아보던 중에 가장 뇌리에 깊게 박혔던 것은 의외로 어제 갔었던 다바타 역 울타리의 창살 너머로 관측한 스카이트리였다.

왜 이곳에서 본 이 장면이

'이곳을 한번 보고 가라' 외치는 듯이 느껴질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세 장소의 풍경 중에서 굳이 기억에 남았는가?

글을 쓰며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창살 한 뼘에 겨우 들어오는 저곳에서 어제의 나와 눈이 마주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이곳은 참 허공이 맑다 느끼게 해 주어서였을까?

아니면 영화 속의 주인공도 이 장소에 존재했을 당시 나와 같은 풍경을 눈에 담았을까가 궁금해져서일까.

분명 둘 중에 날 의문하게 하는 이유가 있으리라 느껴졌지만 구태여 답을 정하진 않겠다.

그냥 그런 식으로 이곳의 여운을 남겨두고 싶다.


내 운세는 길吉. 나의 앞날에 보탬이 될지, 단순 재미로 끝날지는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다시금 돌아보면 재밌을 듯하다.
스가신사 안쪽의 에마絵馬걸이. 감히 나와 친구들의 족적을 남겨보았다.

그다음으로 기억나는 거라면 아마 이곳. 스가 신사다.

내 머릿속의 이미지에서 신사란 응당 무언가를 기원하는 곳이라 써져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엔 소원하나 빌지 않는 나라고 해도 막상 이런 곳에 와보니 그 자격을 구매하지 않고서는 못 배긴 걸까.

딱 한 가지의 절대적인 바람이지만 그래도 빌어 보겠다는 마음으로 나름 열심히 손을 놀렸다.




언젠가 잊힐 사진이라도. 한 장


성지 순례의 다음날. 그 이후로도 아키하바라를 포함해 이곳저곳을 들렀지만

내 맘은 2일차의 아사쿠사를 담은 이 사진으로 다시 돌아온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이제 제 위치로 다시 돌아간다. 그렇지만 출발하기 전의 설렘과

여행하며 느낀 감상들은 절대 이곳에 두고 오지 않고 주머니에 꼭꼭 눌러 담으려 노력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을 마친 다음날. 지금 글을 쓰며 느낀다.

사람에게 주어진 단 한 가지의 유구한 행복은

지금이 행복함을 아는 것이라고.


일본감성 가득하게 품고 쓴 글이라 그런지

난 지금 괜스레 저 독백이 계속 눈에 차였다.

글을 쓰면서 내내 느낀 저 독백이 시사하는 불변의 사실을 다시금 이곳과,

웹페이지 한켠에 새기며 이만 로그를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구와 사람. 공통분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