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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사 Jan 18. 2024

갑자기 세상이 작아졌다

어릴때의 세상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세상과의 괴리감과 기시감의 싸움

나에게 주어진 하루의 일부분에는 자연적으로든, 의도적으로든 사색하는 시간이 끼어든다.

그러고 있으면 평소에 하는 그런 종류의 망상과 공상이 아닌 아주 가끔 무의식에 잠겨있던 뿌리가 이윽고 줄기가 되어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과거의 것들, 현재 처한 상황, 미래의 가정.

오늘은 과거가 다시 떠올랐다.

그런데 여느 추억회상과는 다른 느낌의 어처구니없이 멀게 느껴지기만 하는 과거로.


딱 한 가지 느낌만이 둥실 떠올랐다.

일련의 추억도 아니고 특정되는 기억도 아닌 추상적이기만 한 어린아이의 감각만이 문득 뇌리에 스쳤다.

내가 세상을 봤던 기억. 세상을 느꼈던 감각, 촉각. 그리고 그것들에 의해 품었던 동경.

그것은 세상의 구성에 대해 끝도 없이 부풀어 오른 상상력이었다. 또는 기대감이었겠지.


어릴 때는 매일매일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행복해했다. 그래서 대번에 결론지었다.

내가 크면 클수록 모든 것들이 어떻게든 바뀔것만 같았고 나 또한 그 흐름에 편승하여 어떻게든 바뀔것만 같았다.

접하지 못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머지 않는 날에 만나게 될 수 있다는 허영심이 나를 기대시킨 모양이다.


어찌됐건 당시의 기억에 따르자면 그 세상에 멋들어지게 섞여들어 떠다니는 나의 모습은 대단치는 않았지만 변화무쌍했다.

한마디로 과거의 작은 내가 바라본 세계는 한 치 앞을 모르는 낙원과도 같았다고. 떠올렸다.


풀린 기억에 다시 매듭을 지어놓고 현실로 돌아왔다.

지금의 나와 세상은 그때처럼 거대히 펼쳐져 있는가?

아니다. 예상대로 변한 몸과 정반대로 내 세상은 이리도 축소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절망적인 늪도 아니었고 희망찬 하늘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곶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세상은 더욱 작아질 거라고.

나의 희망과 지망, 생존과 경쟁,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나는 그것들의 노예가 되어 자신을 가둠에 의심이 들지 않았다. 오늘만 해도 한두가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러고 있자니 어릴 때의 세계가 사라지는 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그 넓은 세상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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