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
어느 날. 너무 답답해서 노래방을 찾아갔어.
마이크를 건너는 멜로디가 잠깐동안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해 줬어.
숨이 차서 느껴버린
너무나 익숙해져서 깜빡했었던 산소의 맛이다.
지금 내뱉는 숨조차도 어김없이 추억의 먹이가 되어 소화되겠지.
그러고 보니 새삼 가득하게 차올랐던 눈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소화되긴커녕 밑에서 곰팡이가 되어 넘실거리네.
한순간의 흉함이 나를 뒤덮어도
한순간의 햇빛이 나를 비추어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나는 자만하지 않을까
이제 정상참작의 여지는 없어졌어. 도무지 더 이상 눈뜨고 볼 수가 없어.
찰칵찰칵찰칵 반복반복반복
더 이상 낡은 라이터에는 불이 붙지 않네.
겨우 이 정도로 부싯돌이 전부 깎여나갔네.
어디 솔잎 한 줌 없을까.
어디 씹을 인간 없을까.
어디에도 없지.
내비게이션이 켜지지 않는다고 해서 걷지 않을 수야 없겠지만
나 아직 여기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다는 것은 다시는 환히 켜질 수 없는 무지함의 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