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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29. 2024

레바논 올케, 유튜브 방송 탔네.

정말 평범한

대한민국 군인일 뿐이라 생각했던 동생이었다.

그래서 남동생이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같은 리얼 버전 러브스토리를

만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운명을 준비하기 위해서였을까?

'어학'과는 담을 쌓았다고 생각한 남동생이

어느 날 영어에 미쳐

1년간 귀에 이어폰만 꽂고 돌아다녔다.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레바논 동명부대로 파병을 갔다. 그런데 점입가경!

어느 날 전화로 여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운명을 만났어!'

동명부대로 한국어를 배우러 들어온

레바논 여대생을 하나를 사랑하게 돼버린 것이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모두 좌불안석이었다.

말이 안 되는 만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의 반대는 거셌다.

'이슬람이라니~ 우리 집안은 기독교 집안이라고!'  

'결혼 적령기에 있는 결혼할 여자를 찾아야지. 8살이나 젊은 여자를 사귀는 건 시간 낭비야.'


하지만 남동생은 지고지순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거의 8여 년 넘는 시간 동안 올케와 계속 연락했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그들은

서로가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애틋했을지 모르나,

가족들 눈에는 남동생이 '로맨스 스캠'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나뿐인 아들의 '현실성'을 찾아주려 어머니는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선자리를 찾아다니고, 이 여자 저 여자 사진을 보여주며 동생을 설득하기 바빴다.


아마 그 시기가 올케에게는 제일 힘든 시절이었을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남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시름시름 앓았다고 한다.

결국 레바논, 올케의 가족들도 한국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을 허락했다.

레바논 어느 마을에서 동양인과 최초로 결혼한 아가씨가 된 것이다.  


나는 올케의 이야기를 여느 러브스토리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하고 이야기를 끝맺고 싶다.

그런데 불완전한 행복인 것 같다.

그건 우연히 일주일 전에 찍힌

올케의 유튜브 동영상만 봐도 알 수 있다.

웃으면서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그녀는 사실 요새 제대로 웃고 있지 못하다.


전쟁에 휩싸인 레바논.

7월, 여동생의 결혼식을 위해 레바논을 가려고 했지만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했다.

다가오는 12월에는 아이를 출산할 때 함께 해주기로 한 친정어머니가 오지 못하게 되었다.


예전에 올케와 짤막하게 했던 이야기가 기억난다.

"전쟁을 겪었다고? 어떤 식으로?"

"그냥 그런 거예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옆 집에 미사일이 떨어져 있는 거......"


지금 올케의 가족들은 비행기조차 뜨지 않아

그 어디로도 피난을 못 간다.

짐을 쌓아두고 전쟁 상황을 봐서 국경으로 이동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는 상황.

가족들 모두 괜찮냐고 물으면,

아마도 동서는 성격상 말하기 힘들면서도 

웃으며 답할 같아 차마 이야기를 못 꺼내겠다. 


그녀는 분명 아무것도 아닌 듯

'모두 다 아직 살아있다고,

옆에 남편이 있던 동명부대도 있다고.......'

그리 말할 것 같다.


한국에서 웃으면서 생활하지만,

완전히 웃을 수 없는 우리 올케......

언젠가 진정으로 환하게 웃게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올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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