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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둔꿈 Nov 30. 2024

아흔이 넘어도 그립다.

약속하지 않았는데, 왠지 가야 할 것 같았다.

할머니가 입원한 곳은 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이라 오후 4시에만 면회가 가능하다.

할머니는 수요일 뵈었을 때보다 훨씬 힘들어 보였다. 어저께 폐암 의심 조직을 떼어내느라 힘드셨다고 했다.


수척한 할머니 손을 만지작거리다 퍼렇게 드러난 핏줄에 마음이 아파져 딴 소리를 해댔다.

"할머니, 새끼손톱이랑 너무 이뻐요.

아버지가 할머니 닮아 손이 이쁜가 봐요."

할머니는 고개를 흔드셨다.

"나 안 닮아 네 아빠 손이 이쁘지. 네 작은 아빠가 내 손톱 닮아 자기 딸도 그럴까 봐 엄청 걱정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할머니 엄지손가락은 납죽못생긴 단구형이었다.


또 엉뚱한 소리가 나간다.

"그럼 이건 할머니 아빠 걸까요? 엄마 걸까요?"


아흔 은 할머니의 눈빛이 갑자기 슬퍼진다.

"나는 돌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얼굴도 몰라."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다  할머니께 답한다.

"할머니 아버지... 엄지손에 담겨있을지도 몰라요."


가족이란 그런 건가 보다.

끔찍이 싫어하는 못생긴 부분이어도 내게 있고,

가끔씩은 사무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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