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도착했다고요? 없는데요?"
당연히 집 앞에 있어야 할 치킨이 보이지 않는다.
아차! 동네 부동산하는 언니네 집으로
배달 주소지를 변경하고 깜박한 것이다.
며칠 전 그녀는 내게 안 입는 옷이라며 쇼핑백 두 개를 한 아름 안겨줬었다.
답례 삼아 함께 저녁을 시켜 먹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다행히도 집에서 10여 분 거리라 바로 달렸다.
부동산 가게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치킨.
피식피식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 저 멀리서 배달했던 분이 다가와
'역시 여기 아니었죠?'라고 묻는다.
뭔가 이상해서 다시 오셨다고 한다.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드렸다.
부끄러웠다.
그분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주소지' 하나만 보면 분명 맞게 배달하신 건데......
눈앞에 있는 가게를 보고 있노라니,
며칠 전 들었던 언니의 인생 조언도 함께 떠올랐다.
"당연한 게 어디 있어. 당연한 건 없는 거야.
모든 사람이 네 말을 다 당연히 알아듣지 못해.
A부터 Z까지 다 설명을 해줘야지.
우리가 부동산 고객을 상대할 때나 회사에서
직원들을 만날 땐 그들이 다 모른다고 생각하고 세세히 말을 하잖아.
그런데 친할수록, 특히 가족들에게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실수들을 해."
그렇다.
'당연히' 집으로 배달될 거라고 생각했던 치킨처럼 세상만사 당연한 것은 없다.
연초 시작부터 우습기짝이 없는 에피소드에 이상하게 마음이 따듯해졌다.
아까 그 배달부 아저씨처럼 챙겨주지 않아도 되는데 챙겨주는 사람들.
그리고 공기처럼 내게 스며있는 가족과 친구들.
새삼스레
숨을 내쉬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순간조차......
'당연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