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나는 말이야..... 도깨비가 되는 느낌이 참 좋아.
될 수 없는 게 된다는 느낌. 그게 연극이 아닐까?"
1시간 전만에도 심폐소생술 연습으로
숨을 그렇게 헐떡이던 나의 도깨비 파트너.
사뭇 침착하고 진지하게 돌변해 답변한다.
"나는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 나가는 게 참 좋다.
이런 뭔가, 중요한 걸 직접 배우고 내 손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참 기뻐."
올해도 열리는 서울시 심폐소생술 경연대회.
작년에 예선에서 떨어졌는데도, 노원구 소방서에서는 우리 극단을 다시 불러줬다.
심폐소생술에 참여하는 우리 직장인 극단 멤버의 절반은 바뀌었지만, 순수한 마음은 오히려 더 깊어진 것 같다.
재미있게 연기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사람을,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 맞다.
내 파트너 도깨비의 말이 하루가 지났어도, 오랫동안 귓가에 여운으로 남아 있다.
초심을 생각해야겠다.
나는 노원구 '도깨비 시장'의
도깨비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작년처럼 여전히 퇴근 후 몸은 지치지만
오늘도, 내일도 계속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손은>
손은 바쁘다.
아침 식사를 차리고,
전철 손잡이를 붙잡고,
탁탁탁 키보드 소리를 만들다 보면,
창밖으로 붉은 해가 기울어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숭고한 손이 된다.
멈춘 가슴 위에서 두 손을 겹치고,
사그라든 숨을 되돌리며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한다.
온 힘을 다해 두드리는 손끝 리듬,
리듬을 따라
쿵쿵쿵
집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