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슬픔들을 기억하는 시
한낱 가벼운 먼지가 되었을까
밤하늘 총총 박힌 별이 되었을까
무엇도 아닌, 무(無)가 되었을까
여전히 기억 속에 살아있는 너희들이어서
내 욕심껏 마음에 붙잡고 있어서
그래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조차
미안해
그 얼마나 뜨거웠을까
그 얼마나 추웠을까
그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 얼마나
아니,
이렇게 욕되게 살아있는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먼지여도 좋고
별이어도 좋고
무(無)여도 좋으니
무엇으로든 계속해서 살아다오
시간으로 살아다오
기억으로 살아다오
영영 지워지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다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생의 낱말들은
나의 남은 삶에서 조각조각 이어 붙일 테니
조금도 쉬지 말고 쏟아내다오
빈틈없이 흘려보내다오
아무렇게나 흘러 흩어지지 말고
한 곳으로 흘러 단단하게 고여다오
단 하나의 빛이 되어
다시 만날 그 날에
애절하게 이어붙인
미천하디 미천한
남루하고 빛 바랜
그리움의 조각 받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