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가끔 시를 씁니다.
어느 날 문득 정말 갑자기 시가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음악가에게 악상이 떠오르듯,
시 속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것이지요.
그러면 시가 술술 써집니다.
그렇게 시를 쓸 수 있는 날에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읽어주는 이 하나 없어도
마음이 충만해지곤 합니다.
정말로 언젠가는 시인이 되어 시집을 내고 싶다는 꿈도 꾸어봅니다.
하지만 요새는 통 마음에 시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음에 힘을 빼고 불현듯 툭 던져져야 하는데,
지난겨울을 보내는 동안 마음이 무거워진 듯합니다.
그러다 최근 딸아이의 시를 만났습니다.
이렇게 향기 나는 봄비라니.
게다가 그 봄비 덕에 금방이라도 꽃망울이 톡톡 터질 것 같은 상상이 듭니다.
어쩌다 이런 시를 썼을까?
계속 시를 썼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욕심이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아들에게도 말합니다.
"너도 시를 써볼래?"
"그래! 바로 쓰지 뭐."
아들이 카톡으로 시를 보냈습니다.
아뿔싸. 시를 쓰면 용돈을 주겠다는 말에 아들이 즉흥으로 시를 보내옵니다.
내 꾀에 내가 넘어지다니. 엄마는 금방 말을 고칩니다.
"이런 직설적인 도파민 가득한 청춘시는 뭐지? "
"순수시를 써야지~ 왜 제목은 없어. " 딸아이도 거듭니다.
그러더니 마지막 시가 도착합니다.
"그래, 이 시에는 적어도 네가 들어있네"라고 대답을 해주었고
남편이 천 원을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아이들의 마음은 시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마른 어른의 가슴보다
무언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감정의 보따리가 있는 게 아닐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악할 수 없다는 이상한 믿음이 있는 저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시를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가족이 시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