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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죽음 Sep 28. 2024

매일의 명장면을 찾는 일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일.

일몰과 새만금

해가 지고 있었다. 

보라색, 파란색, 하늘색과 주황색 그리고 녹색의 캔버스. 

호수를 내려다보는 다리 위에서 잠시 시간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내 곁에서 사진을 찍는 또 다른 행인들이 있었다. 

모두가 그 아름다움의 순간을 담아내는데 

어떤 사람은 웃으며,

어떤 사람은 경외심으로 

어떤 사람은 빛이 사그라들기 전 완벽한 구도를 생각하며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같은 공간을 차지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명장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띄는 순간을 주목하고, 감사하며, 반복되기를 원하는 장면말이다. 

오늘의 일몰처럼 장엄할 수도 있고, 모닝커피의 따뜻함만큼 작을 지도 모른다. 

내 아이의 웃음일 수도 있고, 친구의 옆모습이거나, 

긴 하루를 보낸 후 마주하는 침대옆 조용한 고독일 수도 있다. 

모든 순간들이 우리의 하루, 추억, 그리고 삶이다. 


인생은 매일의 명장면을 찾아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이야기의 감독으로 삶을 빚어낸다. 

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계산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평범한 장면이 특별해질 수 있도록 촬영한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만들며 타인과 공유한다. 


"이 순간은 진짜였고, 내 아름다운 순간이었어." 


하지만 감독의 일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으로 끝내면 안 된다. 

아름다움을 창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로 오늘 만난 오동필 단장님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분이셨다. 

새만금 생태지킴이 단장으로서 20년간 새만금의 환경변화를 민감하게 추적해 오셨다. 

간척사업으로 얼마나 넓은 해양생태계가 파괴되었는지, 

그곳을 서식지로 했던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갔는지, 

갯벌이, 바다가, 물이 얼마나 썩어가고 있는지를 알려주셨다. 


이제라도 새만금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가 말했다. 


"해야죠, 해 내야죠. 더불어 힘을 주셔야죠." 


오늘도 새만금을 갔다 왔다는 그는 생태지킴이 사람들과 함께 매주 새만금을 찾는다. 


일몰의 하늘이 아름다워서 멋진 장면을 찍을 수 있었고, 

그는 새만금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하루를 쓴다. 


아름다움을 찾는 것과 아름다움에 기여하는 것은 서로 하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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