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뿐인 고3 수험생
인생 살면서 어떤 시간이든 소중하지 않을 리 없지만,
고3을 보내는 이 계절은 더욱더 그러하다.
하루하루의 밀도가 빡빡하게 지나간다.
매일 똑같은 하루지만, 일주일의 시간 단위가 벽돌처럼 쌓이다 보니
202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흐른 시간의 무게가 제법 묵직하다.
그 무게를 온 가족이 나누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성인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아이가 오롯이 인고의 시간을 감당하고 있고,
그를 지켜보는 부모는 행여 무거울세라 아이 쪽으로 뜨뜻한 숨을 쉬는 것도 조심스럽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돌아보니 인생은 참 길더라.
이번 아니면 어때?
아이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야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말조차 허공에서 터져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래 부스러기가 되어 마음속에 가라앉는다는 것을 어찌 모를까.
아이가 울었다.
어떤 울음인지 알기에 부러 모른 척하고 싶었다.
대놓고 짜증 부리며 큰소리로 울면 더 크게 울어줄 건데
소리도 내지 못하고 혼자 우는 꼴에
마음이 내려앉았다.
하루를 끙끙대다가 지나간 글을 찾아보았다.
나의 글 속에 등장하는 여섯 살 내 딸.
요즘 우리 오누이는 감기약을 드신다
감기약을 먹기 전 약병을 들고 기도하는 우리 딸
하나님 이 약 먹고 동생이랑 저랑 감기 뚝 떨어지게 해 주세요.
그리고요, 다른 나라랑 평화롭게 살게 해 주세요.
그리고요, 엄마 아빠랑 우리 모두 행복하고 평화롭게 해 주세요.
그리고요, 유치원 친구들 행복하고 평화롭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멘 (2012년 11월 27일 오후 11시 16분 씀)
딸아.
너는 그런 아이였어.
겨우 여섯 살인데도 세계를 사랑하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나보다 훨씬 큰 아이였어.
이대로만 사랑스럽게 자라라고 그때 엄마는 기도했었는데,
너를 보면 엄마의 기도를 이미 들어주신 것 같다.
딸아.
너는 큰 사람이야.
그건 하나님이 너를 그렇게 계획하셨기 때문이야.
엄마는 그런 하나님을 믿는단다.
너를 계획하시고,
너를 아끼시고,
네 가슴에 품은 뜻을 알고 계시는 이가 하나님이심을
어느 순간에도 잊지 않기를 바라.
네가 나에게 오고 나서
엄마의 세상은 변했어.
더 넓어졌고,
더 깊어졌고,
더 멋있어졌지.
고맙다.
내 딸.
- 사랑을 담아 엄마가 너에게
그림설명 (6살 딸이 그린 우리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