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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urStellar Nov 13. 2023

네 어깨의 짐

소집 시간에 맞춰 딸아이가 가방을 메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만 들어올 수 있다고 해서 따라가던 발걸음을 출입문 앞에서 멈추었다. 화이팅이라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아이는 어색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씩 웃고 돌아섰다. 하얀 얼굴이 오늘따라 더 핏기가 없어 보인다.

아이가 건물 안의 그늘로 사라지자 나도 발걸음을 돌렸다. 출입문 옆에 붙은 면접 순서를 보니 적어도 3시간은 기다려야 할 듯하다. 긴장하면서 꼿꼿하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아이를 생각하니, 그 긴장이 나에게로 까지 흘러 들어왔다. 이른 아침에는 전혀 느낌이 없다던 아이는 학교에 도착하고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자꾸 긴장된다고 말했다. 마른 목기침을 연신 하면서 목을 가다듬었다. 기침 소리에 떨림이 묻어났다. 긴장을 고스란히 안은 채 아이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시간 혼자서 버티고 이겨내야 할 것이다. 인생에 있어 다반사로 하게 될 일을 시작하는, 오늘이 그 첫날이다.


아내에게 전화했다. 이제 막 아이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 말에 아내는 이번에는 순서가 빠르다면서 빨리마치고 오겠네, 라고 말했다. 아내의 그 말에 나는 대뜸 화가 났다. 아니 그게 아니잖아. 아이참. 그게 아니잖아. 지금 면접 보는 것이 아니잖아.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다. 전화 너머 갑자기 화내는 소리에 아내가 움찔했다. 나도 갑자기 내가 지른 소리에 놀랐다.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큰 숨을 쉬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소집 시간이 되어서 들어갔다고. 그리고 3시간 정도 기다려야 면접할 거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아마 큰아이 면접 때를 떠 올렸을 것이다. 큰아이 면접은 순서가 제일 마지막이라 한 참 기다렸으며, 미리 먹었던 청심환도 효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늦은 시간이었다. 아내는 다른 이야기로 말을 돌렸다. 아침은 어떻게 했는지, 학교가 어떤지를 물었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남은 시간을 보낼 차례다. 눈앞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가을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눈 부신 햇살에도 나는 눈에서 사라지는 아이의 모습과 교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야! 이제 너에게도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생겼구나. 그 짐이 때로 무거워서 힘들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몹시 아프단다. 걱정되지만 걱정을 거두고 축복하고 싶어. 네가 짊어져야 하는 너의 소중한 짐과 네가 만들어 가야 하는 공간이 움트고 있는 것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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