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in my perfect day’
한때 브이로그 유튜버들 사이에서 ‘What’s in my bag’이라는 콘텐츠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콘텐츠가 주는 즐거움은 평소에 즐겨보는 유튜버들의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어떤 특별한 물건이 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해 생각지 못한 물건이 튀어나와 그 사람의 취향을 맛보았을 때의 만족감이 있었을 테죠.
완벽한 하루라 하면 여러분들은 보통 어떤 걸 떠올리시나요? 어쩌면 특별한 누군가를 만난 날, 혹은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은 날 등을 떠올릴 수 있겠지요. ‘퍼펙트 데이즈’ 라고 하면 얼핏 하고 싶은 걸 매일 할 수 있는 부자들의 삶이나 큰 명예를 가진 사람의 나날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작품 속 히라야마의 삶은 그런 삶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는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로 하루를 보내며 대단히 특별한 날을 보내거나 풍요로운 삶을 누리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식물을 돌보고, 카세트 플레이어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일터에 나가 일을 하고, 목욕탕에 가고, 좋아하는 식당에서 가벼운 식사를 마치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의 취향입니다. 마치 왓츠 인 마이 백을 보는 듯, 그의 차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테이프가 가득합니다. 머리맡에는 헌책방에서 구해온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고, 아예 방 한 칸을 따로 떼어 식물들을 위한 방을 만들었습니다. 매일 필름 카메라로 찍은 나무 사진은 마치 졸업앨범을 보관하듯 옷장에 소중하게 보관합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결정되는 음악, 어제 미쳐 다 읽지 못한 책, 조용히 곁은 지켜주는 식물들은 반복되고 지루해지기 쉬운 그의 하루에 특별함을 선사합니다. 취향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또 다른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입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의 돌발행동과 갑자기 찾아온 조카, 주말에 찾는 선술집의 사장님 등은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변주를 줍니다. 그로 인해 그의 완벽해 보이는 루틴이 조금씩 깨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고 계획엔 차질이 생기기도 하죠. 그러나 그것 역시 히라야마에게 또 다른 인간관계를 선물하고 새로운 가르침을 주기도 합니다.
따듯한 색감은 도쿄의 시부야의 아름다운 풍경과 프로젝트로 재탄생한 도쿄의 화장실을 담았고, 히라야마가 홀로 화면에 등장할 땐, 여백을 많이 두어 일상적인 풍경을 담아냈습니다. 그만큼 감독의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잘 나타났습니다. 히라야마가 잠이 들 때면 무의식적인 영상을 담아 그의 철학이나 과거의 행적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지만, 굳이 그것을 설명하지 않으며 여운을 남겼습니다.
인간이 왜 사느냐에 대해 저는 줄곧 사랑과 취향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의 일원으로써 족적을 남기는 것도 삶이 다할때 결국 나에게 무엇이 남을까. 뭘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걸까. 그 답은 남을 사랑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길 때 느끼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런 점에서 ‘퍼펙트 데이즈’는 나의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것은 취향이란 것을, 아니 그 이전에 결국 내가 존재해야 완벽한 하루 역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인생은 짧고(음식 나오는 것을 기다릴때를 제외하곤 말이죠.) 우린 세상에 모든 것을 알고 죽을 순 없으니까요. ‘나’라는 소중한 존재를 위해 좋아하는 것을 즐겨야지요.
여러분의 perfect day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