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시간
사람은 누구나 혼자가 된다.
함께 있어도 혼자이고,
소리쳐도 고요할 때가 있다.
외로움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우리 곁에 다가와 앉는다.
나는 종종 외로움을 피부로 느낀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것.
서늘한 감정의 공기.
누군가의 말 한마디,
문득 찾아온 정적,
퇴근길 지하철 안의 침묵 속에서
슬며시 체온이 내려간다.
외로움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어도 찾아온다.
좋아하는 사람이 바쁜 날,
단톡방에서 내 말에 답이 없을 때,
주말 아침에 눈을 떴는데
만나기로 한 약속 하나 없이 하루가 시작될 때.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그 시간에
나는 나를 자꾸만 작게 느낀다.
그럴 땐 괜히 라디오를 틀어놓고,
집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며
‘괜찮은 사람처럼’ 하루를 살아낸다.
아무 일도 없는 척,
외롭지 않은 척,
평온한 일상 속에 나를 숨긴다.
하지만 외로움은 감춘다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쌓인다.
눈처럼, 먼지처럼.
방 안 구석구석에 머물다가
어느 날 툭,
마음 깊숙한 곳에서 터진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 깊어지면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찾아온다.
외로움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이라면,
고독은 ‘스스로를 마주하는 감정’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할 때,
스스로를 안아야 한다는 걸
깨달을 때 찾아온다.
고독은 때로 무섭다.
내 안의 허전함, 공허함, 결핍을
직면하게 하니까.
도망칠 수 없고,
숨길 수 없고,
그냥 그대로 껴안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 고독 속에서
나는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도,
속으로는 수없이 무너졌다가
다시 스스로를 세우는 사람.
조용히 울다가, 조용히 웃는 사람.
그래서 이제는 안다.
외로움도 고독도
내가 나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감정이라는 걸.
외로움이 나를 다정하게 만들고,
고독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그 감정들을 느껴본 사람만이
다른 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날에도
누군가는 조용히 외롭고,
누군가는 혼자 침대에 누워
작은 숨을 고르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하게 될 때,
우리의 말은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우리의 눈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이제는 외로움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고독함을 감추지 않는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니까.
가끔은,
외롭고 고독한 밤이
가장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