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통달한 사람이 주는 인상

넷플릭스 피아노의 숲을 보고

by Luel

코지마 마사유키 감독의 ‘피아노의 숲’


어렸을 적에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다. 일본의 여름을 좋아하는 나는 심지어 숲과 음악이 섞여있었던 이 영화를 지나칠 수 없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숲의 한가운데에 있는 피아노를 자유롭게 치고, 때로는 그 피아노 위에 드러누워 잠에 드는 그런 풀 내음이 전해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당시에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노력만 가지고는 재능을 지닌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영화를 볼 때 주인공과 나의 나이가 얼추 비슷했기 때문에 나도 혹시 피아노에 재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에 나오는 모차르트 소나타 8번 1악장 악보를 뽑아 연주하곤 했다. 피아노를 꽤 오래 쳤지만 악보를 읽는 것이 귀찮아서 항상 청음 한걸 바탕으로 연주하곤 했는데 그런 모습조차 주인공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나름 뽕에 가득 찬 채 피아노를 즐겼던 그 당시의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피아노의 숲'이 새롭게 추가된 것을 봤다. 나는 당연히 그 당시에 봤던 영화를 올린 줄 알고 재생을 했는데 내용이 내가 알던 것과는 달랐다. 넷플릭스가 해당 영화를 재구성하고, 이후의 내용을 추가하여 다부작으로 만들어서 내놓은 것이었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영향을 받고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면서 살아간다. 주인공은 초등부 콩쿠르에서 남들이 강요하는 음악을 연주하다가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한다. 숲에서 연주했던 것처럼, 신발을 마구잡이로 벗어던지고 관객은 나무와 그걸 기어오르고 있는 개미 그뿐이다. 주인공은 콩쿠르에서 탈락했다. 남들이 정해준 피아노만 연주하던 참가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 제각각 다른 영향을 받은 채 시간이 흐른다.

누군가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피아노는 연주할 수 없을 것을 알고 남들이 정해준 길을 압도적인 노력으로 걸어가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그런 주인공의 자유로운 음악을 좇는 인물, 그리고 압도적인 연주에도 떨어트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의문을 품는 인물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들 유망한 연주자로 거듭나 세계 무대에서 만나게 된다. 동경, 공포, 질투, 경외, 그리고 기대로 가득 찬 만남이었다. 그들은 모두 피아노에 통달해 있었다. 하지만 서로가 걸은 길은 저마다의 신념으로 닦았기에 조금 달랐다.

나는 신념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돈을 대할 때도, 사랑을 대할 때도, 무엇을 대하든 간에 자신의 입장을 지탱하는 큰 줄기, 즉 신념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 인상은 강렬하다. 얼마 전 한 교수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은 강렬했다. 자신의 신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계셨는데 그런 와중에 내가 방황하고 있는 게 안쓰러우셨는지 여러 도움을 주셨고, 중요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셨다. 마치 방황하는 카이가 아지노를 만난 기분이었다.

분명 나에게 영향을 준 사람도 있고, 내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향이 신념으로 바뀌어 먼 훗날 피아노로 증명하는 '피아노의 숲'의 인물들처럼 언젠가 다시 만나 서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내가 부끄럽지 않게 내가 증명할 길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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